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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Nov 21. 2023

당신에게도 비밀이 있나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어느 왕의 비밀이야기입니다.


왕은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왕은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백성들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였습니다. 신하들을 불러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두루 살폈고, 백성들의 생활을 보살피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왕이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본 순간, 왕은 자신의 귀가 마치 당나귀 귀처럼 커져버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 귀를 보면 신하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백성들이 나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지는 않을까?"


 자신을 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자 왕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왕은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모자장이를 불러 교묘하게 귀를 가릴 모자를 만들어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왕의 귀를 본 모자장이는 왕 앞에서 티 낼 수는 없었지만, 몹시 놀랐습니다. 왕이 모자장이에게 말했습니다.


"절대 그 누구에게도 내 귀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너는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모자장이는 절대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며칠 후, 모자장이는 왕에게 귀를 교묘히 가릴 수 있는 모자를 바쳤습니다. 모자장이는 아무에게도 왕의 귀에 대해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입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스운 귀를 가진 녀석이 왕이라니...!' 모자장이는 왕을 실컷 비웃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깊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는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몇 시간 동안 외쳤습니다.


 며칠 후 태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습니다.  대나무 숲에도 한바탕 거센 바람이 덮쳤습니다. 그런데 바람을 타고 모자장이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메아리는 바람을 따라온 나라에 퍼졌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왕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왕도 메아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메아리를 들은 왕은 그날 밤 난생처음 홀로 궁을 몰래 빠져나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대나무 숲 한가운데에서 메아리 소리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새벽, 동이 틀 무렵, 수도 없이 메아리를 들었을 때, 문득 왕의 귀에 끔찍하게 여겨졌던 그 소리가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메아리 소리가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나무 숲을 나온 왕은 모자를 벗어던졌습니다. 그리고 훤히 자신의 커다란 귀를 드러냈습니다.


'내 귀가 당나귀가 된 이유는 백성들의 소리를 더 잘 듣고 나라를 더 잘 다스리기 위함이었구나...'


왕은 궁으로 돌아와 편히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메아리 소리도 고요히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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