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많은 걸 만들어주시고 떠나셨네.
장례식에서 시체를 보는 일이 흔할까. 정확하게 말하면 장례식에서 본 건 아니고, 영안실의 냉동고였다. 모르는 누군가의 시체? 그럴 리는 없을 거다. 모르는 사람의 시체는 볼 일도 없을 거고, 볼 수도 없다.
할아버지는 정말 하얗게 굳은 채로 누워계셨다. 어린 아이에게 가족의 굳은 몸을 쉽게 보여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민아 너는 잠시 저기 가서 있으라고 어른들께서 말씀하셨다. 말씀하시는 그대로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있었다. 계속해서 그렇게 모른 척 가만히 있기에는 엄마와 이모의 곡소리가 엄청나게 컸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엄마와 이모가 우는 장면이 걱정됐던 거다. 어린 나이에 그저 그 구슬픔이 무서웠나 보다. 지금 기억하는 건 제일 어마어마한 곡소리를 들었던 게 염습 때였고, 그 다음이 저기 저 영안실 냉동고 앞이었다.
친가와 외가를 모두 통틀어 네 분 중 지금 안 계시는 딱 한 분이 외할아버지. 사실은 제일 '친한' 분도 외할아버지. 제일 아쉽기도 하다. 할아버지께서 찍으신 일출 사진은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큰 액자로 남아있다. 너구리 라면을 먹을 때마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끓여서 식혀주신 게 생각 나고, 직접 담그신 시원하고 아삭한 할아버지 표 김치도 생각 난다. 어쩌다 ABBA 곡들을 들어도 마찬가지. 할아버지 댁에 들어서면 늘 팝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ABBA 곡들이 나오는 날들이 유독 많았다. 할아버지께서 남겨놓고 떠나신 수많은 카메라들은 결국 다 팔아버렸지만 그 무거운 VJ용 6mm 비디오 카메라는 어린 내 손에도 여러 번 들렸다.
할아버지를 떠올릴 건 너무 많다. 이제 무릎 안 아프셔서 사진 찍으러 많이 다니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