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
아가야,
오늘은 널 위한 유축을 처음 시작한 날이야.
단 몇 방울을 모으기 위해
한 시간을 앉아 애를 써보았단다.
이런 비효율도 기꺼이 감당하는 마음을
나 역시 받고 자랐겠구나 싶어
외할머니가 문득 보고 싶어졌어.
어젯밤 엄마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오한에 시달렸단다.
밤새 열이 나고 힘들었는데
아침이 되어서야 젖몸살이라는 걸 알았어.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널 먹이기에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으니
괜히 서럽기도 했어.
그만두면 그만일 텐데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참 신기한 마음이 들었단다.
그래도 엄마가 모유를 먹이고 싶은 건
이 또한 삶을 닮은 경험이라고 믿기 때문이야.
어떤 날은 풍요롭고
어떤 날은 조금 부족하고,
맛도 매번 다를 거야.
힘을 주어 노력하지 않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고,
졸리고 배가 고파도
한 모금씩 정성껏 빨아낼수록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단다.
엄마 품 안에서
그런 시간을 먼저 배워가길 바라는 마음이야.
세상에 나가 춥고 배고프게 배우지 않도록.
그래서 오늘도
잠을 꾹 참고
한 시간, 두 시간마다
너를 만나러 간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는 시간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