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3
분별력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할게.
단순히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이성을 넘어,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나를 지키고 바른 길을 찾아내는 ‘마음의 눈’이란다.
살아가며 이 분별력이 가장 절실해지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와 이별해야 할 때라고 엄마는 생각한단다.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네가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그 손을 놓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설령 네 삶의 일부가 무너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부패한 부위는 도려낼 줄 알아야 해.
잘라내야 할 때를 알고 그 순간을 담담히 마주하는 사람만큼 강한 자는 없단다.
물론, 그 사람이 정말 내 인생에서 도려내야 할 존재인지 확신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야.
그럴 때면 ‘분별력’이라는 단어의 본뜻을 다시 한번 가만히 되뇌어 보렴.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바른 생각을 하는 능력, 다른 것을 나누는 힘'
"나는 지금 나에게 이로운 길을 걷고 있는가? 이 결정이 상대에게도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인가?"
중요한 것은 너의 생각이 ‘바름’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야.
찰나의 욕심이나 시기심으로 누군가를 강제로 곁에 두려 해서는 안 되며,
누군가의 이기심을 채워주는 나약한 도구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당장의 흥미 때문에 그릇된 인연을 붙잡는 것은 어리석고,
너 자신을 갉아먹고 있음에도 그저 좋다는 이유로 머무는 것 또한 우매한 일이지.
그렇다고 해서 서툰 두려움 때문에 귀한 인연을 너무 쉽게 놓쳐버려서도 안되니까 정말 어려운 일 아니겠니.
떠나보낸 것들에 대한 해소되지 못한 후회는 너를 겁쟁이로 만들거나,
삶을 미적지근하게 관조만 하는 방관자로 만들기에 무조건 도망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분별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근육처럼 단련해야 하는 힘이란다.
엄마가 아는 가장 건강한 단련법은 바로 ‘책’ 속에 있어. 소설이든, 역사든, 누군가의 자서전이든 상관없다.
수많은 서사가 어떤 갈래로 나뉘는지, 비극이나 희극에 다다르기 전 어떤 전조가 나타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렴. "세상에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다수의 깨달음은 훗날 네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길을 비추는 혜안이 되어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히 정리해두어야 할 것은 바로 ‘너 자신의 역사’란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 영혼이 언제 진정으로 행복한지 스스로 명확히 알고 있다면,
너의 분별력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성이 될 거야.
훗날 네가 자라며 소중했던 사람의 손을 놓아야만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를 상상하면
엄마는 벌써 마음이 아려온단다.
때로는 좋지 못한 인연에 휘둘리고, 어찌할 바를 몰라 괴로워하는 네 뒷모습을 보게 되겠지.
부모란 그럴 때 대신 싸워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네 뒤에서 묵묵히 서 있어 줄 수밖에 없는 존재란다.
네가 그 고통의 시간들을 온전히 지나오기를, 그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한 어른이 되기를 꾹 참고 기다릴게.
오늘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조금은 어렵고 무거웠을까?
하지만 이 길잡이가 먼 훗날 홀로 서 있을 너에게 다정한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잘 자렴, 나의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