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족발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며

홍천 휴 97편 < 홍천 족발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하며 >

by 원 시인



첫눈에 군침이 돌던 오늘의 식탁.
하지만 이 족발 한 상은 단순한 ‘맛있는 저녁’이 아니라
제 인생 속 오래된 인연이 담긴 한 끼였습니다.

오늘은 아들과 함께 홍천족발을 먹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주 오랜만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따끈한 콩나물국을 나누고,
막 삶아낸 족발의 윤기를 바라보며
“아빠, 여기 진짜 맛있다”라는 말에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녹아내렸습니다.

홍천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면

‘홍천족발’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힘을 아실 겁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맛집을 넘어서,
삶의 한 페이지를 열어주었던 은인의 집입니다.


군 첫 휴가, 둘째 형님, 그리고 한 그릇의 족발

스무 살 무렵 군 첫 휴가에서
둘째 형님이 사주신 바로 그 족발.
그날의 따뜻한 온기,
형님이 “힘내라”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
그리고 다시 군대로 돌아가는 발걸음에
작은 용기를 얹어주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한 끼는
그냥 맛있는 식사가 아니라
제가 군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제대할 수 있는 순간의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겨진 이야기

홍천족발은 저에게
단순한 추억의 장소가 아닙니다.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
일을 하며 대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곳.
그 은혜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아들과 마주 앉아 이 족발을 나누는 순간,
그때의 감사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저도 아버지가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밥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지만
어떤 인연들은
그저 마음 한 편에서
고요히 빛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한 그릇의 족발이 알려준 것

오늘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맛있는 한 끼의 힘,
그리고 오래된 인연의 따뜻함을
아들과 함께 다시 확인하는 시간.

홍천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산도, 강도, 풍경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홍천족발’이라는 소박한 이름 속에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지켜봐 준
소중한 얼굴들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