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강원 20대 인증 챌린지 1편
나의 고향 남산부터
오래 기다렸습니다.
3월 1일, 그 하루를.
달력 위에 날짜만 놓고 기다린 시간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계속 되뇌던 출발선이었습니다.
2024년,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의 첫 걸음은
멀리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나의 고향,
홍천 남산.
전날 내린 눈이
아침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익숙하던 산은 하얗게 새 옷을 입고
조용히 나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을 풍경이었지요.
일출 산행을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산을 오르다 보니
해는 스스로 길을 찾아 나를 따라왔습니다.
행복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춘설(春雪).
봄에 내린 눈이라는 이름처럼
차갑지만 가볍고,
잠시 머물다 사라질 것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일출의 기운과 설경이 겹친 아침,
그날의 남산은
첫 인증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유난히도 단정했습니다.
남산정에 오르면
거의 평지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집니다.
해가 떠오르자
설경 위로 빛이 스며들고,
산하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였습니다.
홍천읍을 담고 싶었지만
운해는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보일 듯 말 듯,
끝내 쨍한 풍경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산은 늘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으니까요.
남산 힐링필드 전망대에 서면
이 산이 왜 ‘시작하기 좋은 산’인지 알게 됩니다.
주차장에서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 남짓이면 닿는 곳.
길은 잘 정비되어 있고,
우회 산책로도 있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산입니다.
정상에는
홍천읍과 주변 산들의 이름이 차분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이런 표식들은
산을 찾는 이들에게 작은 배려가 됩니다.
칭찬해도 좋을 일입니다.
정상에서
왕재관 님의 사진 찍는 모습을 몰래 담아보았습니다.
각자 다른 시선으로
같은 산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습니다.
저는 이런 풍경을 담았습니다.
안개 속에서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숨어버리는 홍천읍,
그리고 그 위를 덮는 고요.
홍천 남산의 높이는
413미터.
높지 않아서 좋은 산입니다.
첫 도전으로,
첫 인증으로
이보다 더 적당한 산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분은
이미 계방산과 백덕산 인증을 마치고 오셨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여러 곳에 이 챌린지를 알리고 계셨습니다.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작은 산, 둔지산.
남산에 서면
이름 모를 산들이
하나둘 얼굴을 내밉니다.
산은 늘 이렇게
다음 산을 보여주며
다시 오라고 말합니다.
눈길에는
아이젠이 꼭 필요합니다.
얼음 위에 쌓인 눈은
순간 방심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안전입니다.
그날,
홍천에 살며 처음으로
남산 입구에 주차한 버스를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시산제를 지내러 온 산악회,
그리고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들.
산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남깁니다.
갑자기 내린 춘설 덕분에
달려가듯 오른 남산.
첫 인증은
완벽하지 않았고,
모든 풍경을 다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이제 시작이니까요.
2024년,
나는 이렇게
나의 고향 남산에서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스무 개의 산으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