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제12편
‘임금이 친히 밟아본 산.’
어답산이라는 이름에는
산이 가진 격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라 박혁거세가 태기산의 태기왕을 쫓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는 이야기처럼,
이 산은 오래전부터 사람을 잠시 멈추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삼거리 저수지 앞에 차를 세우고
마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왕발바닥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정겨운 풍경이 먼저 마음을 풀어준다.
40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
마을회관과 경로당,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호밀밭까지.
산에 오르기 전,
이미 나는 충분히 좋은 시간을 걷고 있었다.
어답산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섰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조금 더 힘든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산은 늘 그렇다.
우리가 선택한 길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걷고 있는 발걸음만을 받아줄 뿐이다.
경사는 꾸준했고,
낙엽이 쌓인 길은 미끄러웠다.
참나무 숲이 이어지는 어답산은
등산화와 장갑이 필수인 산이었다.
정상까지 1.8km,
0.82km,
0.34km…
숫자가 줄어들수록
몸은 힘들어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차분해졌다.
치악산과 삼악산 다음으로 힘들었던 산행.
그 말속에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작은 자부심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장군봉(789m).
어답산 정상.
정상석의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이곳에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 정상에 도착했을 때
✔ 멋진 풍경을 만났을 때
✔ 그리고, 간식을 꺼내는 그 짧은 휴식
어답산 낙수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동안의 힘듦을
말없이 보상해 주었다.
횡성호수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아, 이래서 산에 오는구나’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하산길은 훨씬 수월했다.
잣나무 숲에서 잠시 몸을 눕히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햇살, 바람, 그리고 아무 말 없는 숲.
산을 다니며 가장 좋은 순간은
어쩌면 정상보다 이런 때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2024년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9좌 완성.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나만의 속도로 여기까지 왔다.
이건 기록이 아니라
약속을 지켜낸 시간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말해주고 싶다.
잘했다.
충분히 잘했다.
그리고, 계속 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