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제10편
2024년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를 위해
정선 민둥산을 찾았습니다.
비가 예보된 날이었고, 다음 일정도 있어
가장 빠르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가을에 다시 오자’고 정해두었습니다.
민둥산은 억새의 계절에 다시 만나야 할 산이니까요.
명성산 억새,
경주 무장산 억새.
명성산은 군 생활의 기억으로,
무장산은 3년의 직장 생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민둥산의 억새는
아직 보지 않았는데도
이미 마음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억새 대신
돌리네를 만나러 가는 날입니다.
마을 진입 전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산에 오릅니다.
‘민둥산까지 1km 남았습니다.’
같은 1km라도
이곳의 1km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경사가 제법 가파릅니다.
민둥산이라는 이름과 달리
중간에는 잣나무도 많고,
눈 피해로 넘어지고 부러진 나무들도 보입니다.
이 길이
정상적인 등산로가 맞나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계단이 보이자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계단은 생각보다 많고,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습니다.
제주의 백약이 오름을
닮았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런데
정상으로 갈수록
안개가 밀려옵니다.
서둘러야 하나,
조급해지지는 않으려 애씁니다.
안개, 추위, 혼자라는 느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허전해집니다.
‘쓰리고구나.’
그래도 멈추지는 않습니다.
정상에 서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산이니까요.
중간쯤 오르다
뒤돌아보니
돌리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순간, 안개가 걷히고
깨끗한 풍경이 나타납니다.
누군가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사진을 꼭 찍고 싶었을 텐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민둥산은
기다리는 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여주고, 감추고,
다시 보여주는 산.
정상에 오르자
뜻밖에도 하늘이 잠시 열립니다.
경상도에서 오셨다는 젊은 사진작가를 만나
서로 인증샷을 찍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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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둥산
#민둥산돌리네
정상 안내판에는 돌리네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생긴 구덩이, 그 안으로 물이 사라지는 땅.
민둥산은
보이는 것보다
사라지는 것이 많은 산입니다.
정상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라산 정상과 같은 풍경이
조금 낯설면서도 익숙합니다.
비록 전망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한 번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는 가을 억새가 펼쳐질 민둥산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내려오는 길에는
더 또렷한 돌리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물속에는 작은 생명도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접이식 우산 하나로
조심스럽게 하산합니다.
산에 다니며
산보다 더 많이 배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태도입니다.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오르지 않았을 산.
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산이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억새가 흐드러진 가을에,
조금 더 여유 있게
다시 오르겠습니다.
그때는
오늘 보지 못한 풍경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