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제13편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1,000m 이하 9좌를 먼저 완주하고
이제는 남은 산들을 하나씩 오르고 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도 아니다.
그저 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산행이다.
하오터널을 지나 화천 방면 공터에 차를 세운다.
포병 사격훈련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천천히 발을 옮긴다.
오르다 보니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괜히 반갑다.
이 길을 나만 걷는 건 아니라는 위로 같아서.
시멘트 길 1km.
은근히 힘이 빠지는 경사지만
전날 내린 비 덕분에 공기는 유난히 맑다.
산삼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고개를 넘어서자
말로만 듣던 타이어 구간이 시작된다.
쿠션 삼아 쌓아 놓은 타이어들 위를 오르며
이걸 설치했을 국군장병들의 노고를 떠올린다.
“내가 왜 이런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
숨이 찰 때마다
이 질문이 고개를 든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이어지는 대답.
“그래도 이 챌린지를 시작하길 참 잘했다.”
복주산은 친절한 산이 아니다.
타이어 구간, 밧줄 구간, 미끄러운 흙길까지
세 번쯤은 마음을 시험한다.
하마를 닮은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척 잠시 숨을 고른다.
사실은 휴식이다.
새소리가 좋다.
낙엽을 밟는 소리도 좋다.
이런 순간이 있기에
사람들은 또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사진은 못 담았지만
유격훈련처럼 밧줄을 타는 구간도 있다.
이럴 땐 장갑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복주산은 참나무가 많은 산이다.
소나무를 찾기 어려울 만큼
낙엽이 두툼한 길이 이어진다.
복주산 정상(1,152m).
솔직히 말하면
뷰는 거의 없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괜찮다.
이 산은 전망으로 기억되는 산이 아니다.
과정으로 남는 산이다.
인증을 마치고
잠시 앉아 숨을 고른다.
산에서는 정상보다
하산길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내려올 땐 늘 마음이 가볍다.
단풍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에 오면 참 예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도 혼잣말처럼 해본다.
스틱을 안 가져온 걸 후회하며
급조한 지팡이에 몸을 맡긴다.
오르며 만났던 사람들에게
“조금만 가면 돼요”라고 말해주며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산에서는
사실대로 말해주는 게 더 낫다.
그래야 각자의 힘을
제대로 배분할 수 있으니까.
비가 내린 다음 날,
철원의 복주산을 다녀왔다.
누가 시키면 하지 않았을 일.
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이기에
오늘도 산에 오른다.
이제 13번째 인증.
앞으로 남은 산은
두타산, 백덕산, 태백산, 오대산 노인봉,
계방산, 설악산, 귀때기봉.
급하지 않게,
하나씩,
내 속도로.
산은 도망가지 않고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