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 제19편
마지막을 앞두고, 새벽에 맞이한 운해와 일출
2024년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의 마지막 코스.
저는 욕심을 조금 부렸습니다.
귀때기청봉과 대청봉을 한 번에 인증하려고,
솔직히 말해 “살인적인(?) 코스”로 다녀왔거든요.
블로그를 쓰면서도 그날의 장면이 계속 떠올라요.
새벽어둠, 별이 쏟아지던 숲, 운해, 그리고 귀때기청봉에서 맞이한 일출.
그 감동은 아직도 몸 안에 남아 있습니다.
오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타고 한계령 휴게소로 이동했습니다. (택시비 20,000원)
그리고 새벽 4시 10분, 한계령에서 출발.
이때부터는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오늘은 “산책”이 아니라 “원정”이니까요.
발목 보호 등산화
헤드랜턴(여명 전엔 필수)
스틱(너덜 전/후 구간 활용)
장갑(귀때기청봉은 거의 4족 보행)
물 + 먹을거리(저는 12시간을 상정하고 준비했습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500m 오르막.
몸도 덜 풀린 상태인데, 깜깜하기까지 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세상에, 500m가 이렇게 길고 힘든지
그날 새벽에 처음 알았어요.
그래도 헤드랜턴 불빛 하나 믿고
한 발 한 발 올라갑니다.
오르면서 울산에서 가족이 함께 버스로 오신 일행을 만나
자연스럽게 같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한계령 삼거리까지 어둠을 뚫고 가는 길,
문득 나무 사이로 별이 보이는데…
“무슨 은하철도 999도 아니고
내가 새벽에 뭐 하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별이 쏟아지는 숲을 보면 마음이 바뀝니다.
별이 많다는 건
대개 일출이 아름답다는 신호이기도 하죠.
그리고 정말, 여명이 시작됩니다.
대청봉 능선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운해가 살짝 깔립니다.
지도상 거리만 보면 단순합니다.
한계령 삼거리 → 귀때기청봉 1.6km
왕복 3.2km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왕복 2시간 이상 걸립니다.
이유는 하나.
바로 너덜 구간.
이 구간에서는
스틱은 가방에 넣고
장갑으로 바위를 짚고
바위 사이에 표시된 방향(리본/표식)을 보며
조심조심 전진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진보다 사진이 발목을 잡는 구간이기도 했어요.
너무 아름다워서요.
끝청 아래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
저는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다 일출은 많이 봤지만,
설악의 일출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날,
DSLR을 두고 온 걸 잠깐 후회했습니다.
(대청봉까지 한 번에 가려다 짐을 최소화했어요.)
그런데도…
이 풍경은 기억에 저장됐습니다.
“힘들어도 이런 풍경 때문에 산에 오른다.”
그 말이 딱 맞는 날이었어요.
드디어 도착.
한계령 휴게소 4:10 출발 → 한계령 삼거리 5:55 도착,
그리고 귀때기청봉까지 또 한참.
2시간 30분, 꿈에 그리던 귀때기청봉.
풍경은
“어떤 봉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귀때기청봉은 표지석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대청봉, 중청, 끝청처럼 멋있는 봉이 되고 싶다고
덤볐다가 귀때기를 맞아 귀때기청봉이 됐다더니…
이 멋진 곳에 표지석 하나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풍경만큼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귀때기청봉에서 한계령 삼거리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죠.
올라올 때도 좋았는데
내려가며 보는 풍경이 더 좋습니다.
오전 9시 11분, 한계령 삼거리 원점회귀.
총 5시간 소요.
제가 생각한 도착 시간이 거의 맞았는데
내려오며 여유를 조금 부린 것 같아요.
(여유는 늘 사진으로 드러납니다.)
2024년 10월 13일.
평생 잊지 못할 산행이었습니다.
강원 20대 명산 인증 챌린지의 마지막을 앞두고
“설악이 왜 설악인지”
그 이유를 제대로 배운 날이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대청봉까지 6km, 그리고 오색 하산을
이어 올려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요.
귀때기청봉은 ‘힘든 산’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산보다 ‘안전하게’ 다녀와야 하는 산입니다.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