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통일전망대에서

by 원 시인
처음처럼, 다시 바다 앞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하루는 늘 같은 태양으로 시작하지만,
그 빛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매번 다르다.

산을 오르며 숨을 고르고,
능선을 넘으며 나를 돌아본 뒤
나는 다시 바다 앞에 선다.


이번에도 바다는 말이 없다.
다만 묵묵히,
처음처럼 거기 있을 뿐이다.


[브런치북] 2024년 강원 20대 명산 강원 휴 < 강원 20대 명산 이야기 >


1. 거진항 — 하루가 가장 먼저 깨어나는 곳

거진항에서

거진항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하지만 그 분주함 속에는
서두름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이 있다.

어선은 목적지를 묻지 않고,
사람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사는 일”이
그 자체로 충분한 설명이 된다.


2. 물회 한 그릇 — 바다는 결국 사람의 온기로 완성된다

고성에 가면 물회는 먹어야죠.

차가운 국물 위에 얹힌 회 한 점.
바다는 늘 차갑지만
그 바다를 먹는 방식은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고성의 물회는
맛의 설명보다
이곳에서 살아온 시간의 농도에 가깝다.


3. 백도전망대 — 바다는 멀어질수록 더 깊어진다

백도 전망대 바다앞에서
겨울바다 이래서 좋아요.

높은 곳에 오르니
바다는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도도, 소리도 멀어지고
남는 것은
겹겹이 쌓인 푸른 선들.

바다는 가까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볼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4. 통일전망대 —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

망원경으로 바라보다.
죄측의 금강산 - 신선대 - 국지봉 - 구선봉 - 해금강으로 펼쳐지는 풍경

바다는 여기서 끝나지만
시선은 끝나지 않는다.

금강산을 바라보며
나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감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통일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같은 바다를 보며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에필로그처럼


강원은
산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바다로 나를 다시 풀어준다.

그래서 나는
산을 다 걸은 뒤에야
바다를 쓴다.

이것은 강원을 걷고, 머물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다.


동해안 6개 시군의 바다 이야기를 연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