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아래나 계곡가 그늘진 곳에는
붉은 하트 모양의 보석들이 조르르 매달린 금낭화가 피어납니다.
그 모습이 옛 여인들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비단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비단 금(錦)' 자에 '주머니 낭(囊)' 자를 씁니다.
금낭화는 '며느리주머니'라고도 불립니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틋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줄기는 고단한 시집살이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복을 담았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반으로 갈라진 꽃잎 사이로 하얀 속살이 비치는
모습은 마치 감춰두었던 순수한 사랑의 고백이 새어 나오는 듯합니다.
금낭화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입니다.
한 줄기에 가지런히 매달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지극한
순종과 신뢰를 읽어낸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굴복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가장 낮은 마음의 헌신'에 가깝습니다.
금낭화의 붉은빛은 유독 선명합니다.
바람이 불면 저 작은 주머니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숲의 종소리를 낼 것만 같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그늘에서 이토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하트를 빚어낸 자연의 신비 앞에,
우리의 거친 마음도 이내 둥글고 붉게 물들어갑니다.
"금낭화는 말합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억지로 이끄는 강함이 아니라,
묵묵히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맺히는 붉은 진심이라고.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 매달린 그 소중한 인연들을 향해,
비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가장 따뜻한 하트 하나를
건네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