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학정에는
‘전망대’라는 말보다 이야기 자리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정자에 앉아 있으면 바다는 늘 같은 얼굴이 아니다.
어제의 바다는 오늘의 바다와 다르고,
아침의 바다는 저녁의 바다와 또 다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같은 자리에 앉아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새벽이면,
동해의 가장 낮은 숨결부터 밝아온다.
빛은 파도보다 먼저 정자의 기와 위에 내려앉고,
잠에서 덜 깬 바다는 천천히 색을 바꾼다.
그 순간, 말이 사라지고 생각도 잠시 멈춘다.
일출 명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사진보다 그 시간 자체를 더 오래 간직한다.
겨울의 천학정은 특히 고요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파도 소리는 또렷해지고,
설경 위의 바다는 더 푸르고 깊어진다.
눈 덮인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결심이 된다.
그래서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괜히 마음이 정리됐다”는 말을 남긴다.
정자에서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사람 쪽으로 이어진다.
바다를 보고 난 뒤에야
따뜻한 국물의 온기와
소박한 밥상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천학정 주변의 식당들이 오래 남는 이유도
그저 맛 때문만은 아니다.
바다를 보고 온 얼굴로 앉아 먹는 한 끼는
어떤 미식보다 깊다.
천학정은
‘와서 보는 곳’이 아니라
앉아서 생각하게 되는 곳이다.
고성의 바다는 이 정자에서
늘 사람의 하루를 기다린다.
말없이, 그러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