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휴, 이름처럼 조용히 남는 자작도해변

by 원 시인

자작도해변 — 이름처럼 조용히 남는 바다

20250322_130423.jpg

자작도해변은
지도에서는 쉽게 지나치고, 여행 목록에서는 종종 빠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사람이 적고, 말이 없고, 바다가 먼저 다가오는 해변이니까요.


이곳의 이름 ‘자작도(自作島)’는
바닷물의 흐름과 모래의 퇴적이 오랜 시간 쌓여
섬처럼 스스로 만들어졌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누가 만든 것도, 급히 꾸민 것도 아닌—
시간이 천천히 빚어낸 해변입니다.

20250322_130233.jpg

모래사장 앞으로는 낮게 드러난 바위들이
파도를 막아 서고,
그 사이로 물길이 만들어져
바다는 늘 한 박자 느리게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곳의 바다는 소리를 낮추고,
사람의 마음도 함께 낮아집니다.


여름에도 한적하지만,
자작도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겨울입니다.
설경이 내려앉은 날,
하얀 모래와 바위, 짙은 푸른 바다가 한 화면에 담기면
이곳은 ‘해변’이 아니라 하나의 정지된 풍경이 됩니다.
걷는 사람도 적고,
머무는 사람은 더 적어
바다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됩니다.

20250322_130417.jpg

아이들이 물길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바위에 앉아 말없이 바다를 바라봅니다.
사진보다 기억이 먼저 남는 이유입니다.
자작도해변은
“와서 뭘 할까”보다
“여기서 그냥 있어도 되겠다”는 마음을 주는 곳이니까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아직 소비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조용하다는 건
아직 누군가의 추억이 될 자리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고성의 바다는 많지만,
자작도해변은 기억을 허락하는 바다입니다.
말없이,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