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겨울 여행, 선돌에서 시작해 법흥사까지

by 원 시인

선돌에서 시작해 법흥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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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 겨울을 걷다

겨울의 영월은 말이 적습니다.

소리가 줄어들고
바람은 낮아지고
강은 천천히 흐릅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이번 겨울,
나는 선돌에서 시작해
판운섶다리, 요선암을 지나
법흥사까지 걸었습니다.

그 길은
풍경을 보는 길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길이었습니다.


① 선돌|강 위에 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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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위 절벽 끝에
기묘하게 솟은 바위 하나.

영월 선돌은
언제 보아도 묵직합니다.

겨울의 선돌은
유난히 선이 또렷합니다.

나무는 잎을 내려놓았고
강물은 차분히 흐르며
바위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전망대에 서면
동강이 휘어지며
고요하게 숨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말없이 서 있는 바위.

그 앞에 서면
괜히 나도
말을 줄이게 됩니다.


② 판운섶다리|얼음 위를 걷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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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에서 내려와
강을 따라 조금 더 이동하면
판운섶다리가 나옵니다.

겨울의 섶다리는
조용합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물 위에는 얇은 얼음이 떠 있습니다.

섶다리는
강을 건너기 위한 길이지만
이곳에서는
강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이 됩니다.

발 아래 나무판이
살짝 울릴 때마다
마음도 함께 흔들립니다.

겨울 햇빛은 낮게 깔리고
강물은 천천히 흐릅니다.

이 다리를 건너는 일은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③ 요선암|돌과 물이 만든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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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선암에 도착하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기암괴석이
강물 위에 펼쳐지고
겨울 물빛은 맑고 차갑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 소리가 들리겠지만
겨울의 요선암은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돌 위에 앉아
강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풍경은 따뜻했습니다.

영월의 겨울은
차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④ 법흥사|고요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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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마지막은
법흥사였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절은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겨울 사찰은
더 단정합니다.

색이 줄어들고
소리가 사라지면
공간의 깊이가 드러납니다.

법흥사 마당에 서니
오늘 걸어온 길이
차분히 정리됩니다.

선돌의 시간,
판운섶다리의 발걸음,
요선암의 물빛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절집의 종은 울리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잔잔한 울림이 남았습니다.


겨울 영월은 이렇게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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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에서 시작해
판운섶다리를 건너고
요선암의 돌을 지나
법흥사에서 멈추는 길.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하루였습니다.

영월은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남습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 길을 한 번
천천히 걸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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