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춘천은
낮보다 밤이 먼저 기억난다.
해가 길게 머무는 계절,
노을이 물러난 자리 위로
의암호는 조용히 어둠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위에
한 줄의 빛이 켜진다.
춘천대교.
낮에는 그저 도로였지만
밤이 되면
그 다리는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의암호 위에 걸린 빛은
물결을 따라 길게 흔들린다.
보라빛, 초록빛, 금빛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부서지며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나는 한참을 서서
그 빛의 흔들림을 바라본다.
도시는 여전히 움직이고
차들은 분주히 오가지만
호수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 느린 물 위에
춘천의 밤이 떠 있다.
다리는 늘 건너는 존재지만
이곳에서는
건너는 것보다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흐르는 물 위에 서 있는 구조물.
버티기보다
흐름을 받아들이는 모습.
그래서일까.
춘천대교를 보고 있으면
조금은 흘러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붙잡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마음.
여름밤 공기는 따뜻하다.
가볍게 부는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
빛에 젖은 호수.
이 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
춘천은 이렇게 밤에 말을 건다.
“오늘도 수고했다.”
말하지 않아도
빛이 대신 전해준다.
나는 이 도시를
낮의 관광지가 아니라
밤의 위로로 기억하고 싶다.
여름의 춘천은
호수 위에서
천천히 마음을 식히는 도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춘천대교가 있다.
빛으로 건너는 다리.
오늘을 건너
내일로 가는 다리.
빛이 흔들리는 호수 위에서
오늘도
조용히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