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지나갔다.
창밖 유리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고,
구봉산 카페테라스의 조명은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젖은 공기 위로
저녁빛이 천천히 번진다.
그리고 그 순간,
춘천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비가 내리던 하늘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구름은 낮게 깔려 있고
멀리 의암호 위로
얇은 안개가 흐른다.
그 사이로
분홍빛 노을이 스며든다.
소나기가 남긴 선물이다.
구봉산에서 바라보는 춘천은
항상 시원하고 넓지만,
비가 온 뒤의 풍경은 조금 다르다.
도시는 물기를 머금고 있고
불빛은 더 또렷하다.
공기는 맑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카페 정원 아래로
작은 전구들이 켜진다.
젖은 나뭇잎이 빛을 반사하고
테이블 위 우산에는
아직 빗물이 맺혀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비가 와서 망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비가 와서
이 장면을 만났다는 것을.
구봉산 카페거리는
춘천의 전망대다.
해 질 무렵 이곳에 서면
의암호와 춘천대교, 도시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서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던 생각들이
빗방울처럼 천천히 떨어진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의 노을은
늘 짧다.
그래서 더 선명하다.
구름 틈 사이로 들어온 붉은빛이
산 능선을 타고 흐르고,
도시는 푸른 밤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춘천은
맑은 날보다
조금 젖은 날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오늘도
비가 내린 뒤의 춘천에서
잠시 멈춘다.
빗소리는 멈췄지만
마음속에는
잔잔한 여운이 남아 있다.
구봉산에서 바라본 이 저녁은
그저 풍경이 아니라
내 하루를 다독여 준 시간이다.
소나기 뒤에
도시는 더 또렷해지고
마음은 더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