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휴, 대룡산 활공장에서 일몰을 맞이하다

by 원 시인

대룡산 활공장|일몰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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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
하늘은 늘 잠시 숨을 고른다.

그 짧은 시간에
도시는 가장 솔직한 얼굴을 보여준다.

대룡산 활공장에 오르는 길은
그리 길지 않지만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진다.


몇 걸음 위에서 만나는 춘천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마지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만 더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춘천.

그곳은
낮의 도시가 아니라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도시였다.

서쪽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산 능선은 보랏빛 그림자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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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의암호가 은은하게 빛나고
도심의 불빛은 하나둘 켜진다.


말보다 숨소리가 또렷해지는 시간


그 순간,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어 하늘을 담고
누군가는 말없이 난간에 기대어
그 시간을 마음에 담는다.

말보다
조용한 숨소리가 더 또렷해지는 시간.

활공장은 원래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날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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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해가 내려앉는 모습을 따라
마음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멀어서 더 아름다웠던 도시

붉은빛이 사라지고
남색이 하늘을 채우면
도시는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 빛들은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기다림일 것이다.

대룡산에서 바라본 춘천은
멀리 있어 더 아름다웠다.

가까이서 보면 복잡했던 것들이
한 발짝 떨어지니
그저 작은 불빛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서면
마음도 조금은 단순해진다.


도시 안에 있는 깊은 쉼

바람이 뺨을 스치고
하늘은 천천히 어두워진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이 도시 안에도
이토록 깊은 쉼이 있다는 것을.

대룡산 활공장에서 맞이한 일몰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빛이었다.

오늘 하루가 무거웠다면
이곳에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시길.

해가 지는 속도만큼
마음도 천천히 가벼워질 테니까.


원 시인의 ‘휴 한 줄’

해가 지는 속도만큼
마음도 천천히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