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휴, 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곳, 애니메이션박물관

by 원 시인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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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잎만 물드는 계절이 아니다.

마음도,
기억도
조용히 색이 깊어진다.

의암호를 따라 걷다 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서면
만나는 곳,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계절과는 다른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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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계절과는 조금 다른 온도를 가진 공간이다.

밖은 바람이 서늘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먼저 따뜻해진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익숙한 캐릭터들이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한때는 매주 TV 앞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던 장면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이 참 단순했고
꿈은 언제나 선명했다.

가을은 그런 기억을
다시 꺼내 보게 한다.


멈춘 그림들이 만들어내는 시간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멈춘 그림들이 모여
시간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한 장, 한 장
조금씩 다른 그림이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가을이 깊어질수록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돌아보면
한 장의 프레임이 되겠구나.


아이와 어른이 같은 표정을 짓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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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체험존에서
눈을 반짝인다.

어른들은
조금 더 천천히 걷는다.

하지만 결국
모두 같은 표정을 짓는다.

“아, 나도 저랬지.”

춘천이 왜 ‘애니메이션의 도시’라 불리는지
이곳에 서면 이해하게 된다.

화려함보다 상상력.
속도보다 이야기.


조용해진 계절에, 안쪽의 소리가 들린다

가을에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풍 때문이 아니다.

가을은
밖이 조용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조용해진 만큼
안쪽의 소리가 잘 들린다.

아이였던 나,
꿈을 말하던 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던 나.

애니메이션은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잎이 떨어지는 계절의 ‘춘천 휴’

박물관을 나와
의암호를 바라본다.

바람은 차갑고
하늘은 높다.

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볍다.

가을의 춘천에서
단풍을 보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움직이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잎이 떨어지는 계절에
다시 꿈을 떠올려보는 일.

그것도
충분히 ‘춘천 휴’다.


원 시인의 ‘휴 한 줄’

조용해진 계절에
꿈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