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물 위에 먼저 내려앉는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짧은 시간,
강물은 이미 노랗고 붉은빛을 머금고 있다.
남이섬의 가을은
상륙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은행나무길에 들어서면
하늘이 사라진다.
대신
노란 잎들이 하늘이 된다.
햇빛을 머금은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발밑에 떨어진 잎들은
사각사각
가을의 소리를 낸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는다.
그러나
이 길에서는
모두가 잠시 말을 줄인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조금 더 깊은 색을 품고 있다.
붉게 물든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잎들이 한 번 더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괜히 마음을 건드린다.
가을은 늘
조용히 흔들리는 계절이니까.
섬 가장자리로 걸어 나가면
강물이 보인다.
물 위에는
산과 나무가 거꾸로 서 있다.
진짜 풍경인지
물속의 풍경인지
잠시 헷갈릴 만큼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왜 우리는
이 계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가을은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남이섬은
누군가에게는 연인의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여행지다.
그러나
내게 남이섬은
계절을 확인하는 곳이다.
봄에는 연둣빛을,
여름에는 짙은 초록을,
가을에는 황금빛을,
겨울에는 흰 여백을.
그 모든 시간이
강물 위에 겹쳐 흐른다.
해가 기울 무렵,
빛은 더 부드러워진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노란 길은 더 깊어진다.
가을은
마무리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정리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남이섬을 걷고 나오면
마음 한쪽이
조금은 정돈된 느낌이 든다.
춘천의 가을은
이렇게
섬 위에서 천천히 내려앉는다.
은행나무 황금빛 길,
물 위에 겹쳐진 하늘,
그리고
잠시 멈춘 마음.
가을이 떠나기 전에
이 길을 한 번쯤 걸어보시길.
춘천은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도시지만,
알고 걸으면
더 오래 남는 도시입니다.
가을은 마무리가 아니라
마음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