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휴, 사계절이 아름답지만 가을이 더 예쁜 남이섬

by 원 시인

남이섬|물 위에 내려앉은 계절

20240925_134345.jpg

가을은
물 위에 먼저 내려앉는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짧은 시간,
강물은 이미 노랗고 붉은빛을 머금고 있다.

남이섬의 가을은
상륙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은행나무길, 하늘이 사라지는 순간

20231016_170346.jpg

은행나무길에 들어서면
하늘이 사라진다.

대신
노란 잎들이 하늘이 된다.

햇빛을 머금은 은행잎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발밑에 떨어진 잎들은
사각사각
가을의 소리를 낸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는다.

그러나
이 길에서는
모두가 잠시 말을 줄인다.


흔들리는 마음, 메타세쿼이아 길

20240604_173022.jpg

메타세쿼이아 길은
조금 더 깊은 색을 품고 있다.

붉게 물든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잎들이 한 번 더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괜히 마음을 건드린다.

가을은 늘
조용히 흔들리는 계절이니까.


물 위에 거꾸로 서는 풍경


섬 가장자리로 걸어 나가면
강물이 보인다.

물 위에는
산과 나무가 거꾸로 서 있다.

진짜 풍경인지
물속의 풍경인지
잠시 헷갈릴 만큼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왜 우리는
이 계절을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가을은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남이섬은 ‘계절을 확인하는 곳’

20231016_165025.jpg

남이섬은
누군가에게는 연인의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여행지다.

그러나
내게 남이섬은
계절을 확인하는 곳이다.

봄에는 연둣빛을,
여름에는 짙은 초록을,
가을에는 황금빛을,
겨울에는 흰 여백을.

그 모든 시간이
강물 위에 겹쳐 흐른다.

해가 기울 무렵,
빛은 더 부드러워진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노란 길은 더 깊어진다.


마무리가 아니라, 정리의 계절

가을은
마무리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정리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싶다.


남이섬을 걷고 나오면
마음 한쪽이
조금은 정돈된 느낌이 든다.


춘천의 가을은
이렇게
섬 위에서 천천히 내려앉는다.


은행나무 황금빛 길,
물 위에 겹쳐진 하늘,
그리고
잠시 멈춘 마음.


가을이 떠나기 전에
이 길을 한 번쯤 걸어보시길.


춘천은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도시지만,
알고 걸으면
더 오래 남는 도시입니다.


원 시인의 ‘휴 한 줄’

가을은 마무리가 아니라
마음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