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릉이 조용한 날도 있다.
그러나 해마다 한 번,
사람들이 모인다.
단종문화제.
능선 아래로
행렬이 지나간다.
전통 복식을 입은 이들이
천천히 걷는다.
북소리는 크지 않다.
발걸음은 빠르지 않다.
비극은 재현되지 않는다.
대신 기억이 모인다.
단종은 더 이상
고립된 소년이 아니다.
이날만큼은
도시가 함께 걷는다.
올해는 60주년이다.
시간은 길었고
기억은 이어졌다.
관광객도 있고
아이를 안은 부모도 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 사이로
왕의 이름이 다시 불린다.
강은 예전처럼 흐르고
산은 그대로 서 있다.
그러나 이 날의 영월은
조금 다르다.
단종문화제는
슬픔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함께 서 있는 시간을 남긴다.
청령포의 고요와
장릉의 바람,
관풍헌의 마루를 지나
기억은 이곳에서 움직인다.
단종문화제는
왕을 기리는 날이면서
도시가 스스로를 기억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