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흥사는 사자산 기슭에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소나무가 먼저 맞는다.
말소리가 줄어든다.
발걸음도 낮아진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이다.
부처의 사리를 모신 자리.
왕의 시간과는 다르다.
권력도, 복위도, 축제도 없다.
그저 오래된 숨이 있다.
계곡 물은 낮게 흐르고
바람은 숲 사이를 지난다.
누군가는 절을 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서 있다.
법흥사는
무엇을 설명하지 않는다.
표지판도 많지 않다.
산은 그대로 있고
전각은 낮게 놓여 있다.
하늘이 조금 더 가까워 보인다.
왕은 유배되었고
도시는 기억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은
애초에 흔들린 적이 없다.
시간이 쌓였을 뿐이다.
적멸이라는 말은
사라짐이 아니라
고요에 가깝다.
법흥사는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있다.
왕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도
광부의 길이 사라진 뒤에도
이곳의 바람은 같았을 것이다.
법흥사는
멈춘 곳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