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휴, 사람이 먼저 남은 고씨굴

by 원 시인

사람이 먼저 남은 고씨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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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굴은
오래되었다.

석회암이 물에 녹고
다시 굳기를 반복하며
동굴은 만들어졌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게
천천히 쌓였다.


고씨굴은
이름이 먼저 붙은 동굴이다.

많은 동굴이 있지만
사람의 성씨가 남은 곳은 드물다.

전쟁을 피해
한 사람이 숨어들었고
동굴은 그의 이름을 품었다.


자연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겹친 자리다.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는 차고
물방울 소리가 낮게 울린다.

종유석은
떨어지지 않는다.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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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빛을 많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둠은 불안하지 않다.

고씨굴은
땅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워케이션 호텔이 서 있다.

노트북을 펼치는 사람,
커피를 들고 창을 바라보는 사람.


과거에는
숨기 위한 공간이었고
지금은
머물기 위한 공간이 되었다.


동굴은 변하지 않았다.
머무는 이유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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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굴은
자연이 만든 공간이지만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시간은 깊고
도시는 계속 변한다.

그리고
영월은
그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