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봄은
호수 위에서 시작될 때가 있다.
소양강댐 근처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도시는 뒤로 물러나고
산과 물이 앞으로 나온다.
물길을 따라 깊어지는 시간.
그 끝에서 만나는 곳이
청평사다.
청평사의 뒤편에는
오봉산이 서 있다.
바위 능선이 솟아 있는 풍경은
절집을 ‘조용한 골짜기’가 아니라
‘산이 품은 마당’처럼 보이게 만든다.
봄에는 벚꽃이 길을 열고,
절집의 기와는 하늘을 반사하며 빛난다.
흰 꽃잎 사이로 보이는 단청과 처마선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고요하다.
여름의 청평사는
또 다른 얼굴이다.
계곡물은 시원하게 흐르고,
그늘은 깊어지며,
사람은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든다.
청평사는 사계절이 있지만,
여름의 청평사는 특히
‘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배를 타고 들어간다는 건
단순히 이동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풍경에 맞춰
호흡을 바꾸는 일이다.
청평사에 도착해 마당에 서면
그제야 알게 된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멋’이 아니라
천천히 도착한 사람에게만 열리는
고요라는 것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마음도 함께
조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