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말고도, 영월의 숨은 풍경들

by 원 시인

한반도지형 · 판운 섶다리 · 요선암 · 법흥사


요즈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이야기로
영월이 다시 뜨거운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특히 청령포는
매표 시간도, 배를 타는 대기 시간도 길어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찾는 분들이

많은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로 뜨기 전부터
영월을 참 좋아했습니다.


청령포와 장릉처럼 널리 알려진 장소 말고도
영월에는 조용히 시간을 품은 곳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청령포가 아닌
한반도지형, 판운 섶다리, 요선암, 법흥사를 따라
영월의 또 다른 매력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한반도지형

강이 돌아 흐르며 땅 위에 작은 한반도를 남겼다.

강이 돌아 흐르며 땅 위에 작은 한반도를 남겼다

강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산 사이를 돌아 흐르며
스스로 길을 만듭니다.


영월의 강도 그렇게 흘렀습니다.
오랜 시간 돌아 흐르다 보니
한반도의 모양을 닮은 지형이 남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반도가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합니다.
동쪽의 산맥과
서쪽의 넓은 모래밭까지
묘하게 한반도를 닮아 있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강이 시간을 들여 만든 풍경.


그래서 이곳에서는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판운 섶다리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들은 계절마다 다리를 놓았다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들은 계절마다 다리를 놓았다

판운 섶다리는
강을 건너기 위해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놓아온 다리입니다.


나무를 세우고
가지와 흙을 얹어
물 위에 길을 만듭니다.

이 다리는
해마다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사라집니다.


겨울이 오면 놓이고
장마가 오기 전에는 철수합니다.

그래서 판운 섶다리는
영원한 구조물이 아니라
계절을 따라 생겨났다 사라지는
삶의 다리처럼 느껴집니다.


강 건너에는
메타세쿼이아 숲이 서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받으며
의자에 잠시 앉아 있으면
시간이 한결 느려집니다.


둘이서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어도
좋은 곳입니다.


바람이 불면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고
다리 위를 건너는 발걸음도
조용해집니다.


판운 섶다리는
강 위에 놓인 길이 아니라
사람과 강이 함께 살아온
시간의 흔적입니다.


요선암

물은 바위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오래 닿았을 뿐이다

물은 바위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오래 닿았을 뿐이다


주천강에는
이상하게 생긴 바위들이 놓여 있습니다.

물에 깎이고
다시 깎이며
바위는 둥글게, 깊게, 부드럽게 변했습니다.


요선암의 바위는
마치 누군가 조각해 놓은 것처럼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만든 예술이 아닙니다.


물은
바위를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수천 년 동안
조용히 닿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요선암에서는
강물이 만든 조각을 보게 됩니다.

시간이 만든 풍경.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법흥사 적멸보궁

산 깊은 곳에서 시간은 조금 더 조용해진다

산 깊은 곳에서 시간은 조금 더 조용해진다

산 깊은 곳에
조용한 절 하나가 있습니다.
법흥사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다섯 곳뿐인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입니다.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의 사리를 모신 곳.


그래서인지
법흥사의 법당은
조금 더 조용하게 느껴집니다.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계곡 물소리가 낮게 흐릅니다.

시간을 내어 숲길을 걷고,
여름이면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왕의 시간도,
광부의 시간도
이곳에서는 잠시 멈춥니다.

적멸보궁이라는 말은
깨달음 이후의 고요를 뜻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법흥사에서는
무언가를 보려고 하기보다
그저 잠시 앉아 있게 됩니다.


산과 숲과 바람이
말없이 시간을 흐르게 하는 곳.


법흥사는
영월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고요한 자리입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 단종의 슬픈 이야기가 있는 청령포

요즈음 영월은
영화 이야기로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받고 있습니다.
그 흐름도 참 반갑습니다.


하지만 영월의 매력은
한 장면으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강이 만든 지형,
계절마다 다시 놓이는 다리,
물이 다듬은 바위,
산속에 머무는 고요까지.


영월은
조용히 오래 남는 풍경이 많은 도시입니다.


청령포를 지나
조금 더 깊이 걸어가고 싶다면
이 네 곳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영월휴 #왕과사는남자 #한반도지형 #판운섶다리 #요선암 #법흥사 #적멸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