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요리는 못하지만, 밥은 잘 먹습니다

요리에는 마음이 들어있다

by 진영

요리를 못 하는 편이다.


다행히 맛있음의 주관적 기준이 낮아서

내가 만든 맛없는

(하지만 억울하다. 내게는 먹을 만하다.)

음식도 싹싹 맛있게 먹는다.

짠 음식은 밥을 많이 먹으면 되니 괜찮고,

간이 덜 된 음식은 밍밍한 대로

건강한 맛이라 생각하며 먹는다.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의 대표적 예인 나는

레시피를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는 한다.

밀가루 1컵과 물 1컵?

레시피 속 컵이

소주잔인지 머그잔인지 모르겠으니,

눈대중으로 그릇에 붓는다.

이 정도면 되겠거니 하며 반죽을 해본다.

너무 질다.

밀가루를 더 넣으려다가 왈칵 쏟아버린다.

괜찮다. 물을 더 넣으면 된다.

어, 물을 너무 많이 부었다.

… 그러다가 1인분이 5인분이 된다.

괜찮다. 많이 만들어서 나쁠 건 없다.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남에게 주면 된다.

물론 내가 만든 음식은

남의 입맛에 맛없겠지만 말이다.


요리를 시작한 후,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너그러움이 늘었다.



요리는 못하지만,

밥은 내 삶의 큰 의미를 차지한다.


먹기 위해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길거리에서 맛있는 거 사줄 테니

같이 가자고 말하는 수상한 아저씨를,

어쩌면 따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아침 식사는

출근 전 현실을 부정하며

뒹굴뒹굴하기 위한 시간 때문에

챙기지 못하지만,

점심과 저녁 식사는

나의 힘찬 하루를 지탱하는

구심점이 된다.

밥을 먹지 않은 날의 나와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배고픈 나는 아주 사납고 냉소적이다.


급식이 맛없다는 학생들의 말이 이해되지 않고,

급식을 먹으러 출근했다고

동료 선생님들께 말하곤 한다.

영양 선생님과 조리사님들께

언제나 감사와 존경을 느끼며,

급식소 칠판에 교사당 먹을 수 있는

닭 다리 치킨

1개가 아닌 2개라고 적혀있으면

아이처럼 기쁘다.


저녁 식사는 집에서 해 먹는 편이다.

저녁 식사의 첫 한 입을 입에 넣는 그 순간에

하루 중 가장 큰 짜릿한 행복을 느낀다.

정성을 다해 날 위한 저녁 한 상을 차리면

고생한 나에게 잘 갖추어진 선물을 해주는 것만 같아

뿌듯하고 즐겁다.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해치우고 나면,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행복에 겨워 무장 해제된다.

그 순간만큼은 내게 어떤 욕이나

힘든 부탁을 해도 다 들어줄 수 있다.


해마다 좋아하는 식재료도 바뀐다.

재작년엔 양배추에, 작년에는 가지에 미쳐있었다.

올해는 식재료를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파와 파슬리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언젠가는 베란다가 작은 농원이 되어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저녁 식사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었다.

그저께는 두부찌개를 끓여 먹었다.


내 손맛을 스스로 믿지 못하므로

현대사회의 디지털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를 열어 레시피를 검색했다.

물론 물 2컵을 넣으라는

영상 속 목소리는 따르지 않았다.

내 눈엔 참을 수 없이 물이 너무 많아 보여서

1컵 반만 넣었다. 역시나 끓여보니

국물이 짜서 물을 다시 더 넣긴 했다.


찌개는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모두 넣을 수 있어서 좋다.

저번에는 된장찌개에 넣을 재료를

마트에서 마구마구 샀는데,

친구가 이를 보고는

된장찌개가 아니라 전골을 끓이려는 것이냐며

핀잔을 주었다.


된장 국물이 스며든 두부,

통통 말캉한 새송이버섯,

오도독한 식감의 팽이버섯,

익힐수록 달달한 양파,

입에 넣으면 도파민 터지는 돼지고기,

흐물흐물하고 아삭한 애호박,

국물에 젖어 폭신한 감자까지…


생각해 보니 많이 산 것 같긴 한데

도무지 내겐 포기할 수 있는 재료가 없었다.

포기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

모조리 넣어 먹는 것밖에 없다.

재료를 추가할수록 나의 행복은

두 배, 세 배가 될 테니까.

재료를 넣다 보니 냄비 속 된장찌개가 넘칠 것만 같았다.

괜찮다. 앞서 말했듯 많이 만들어서 나쁠 건 없다.



요리에는 마음이 들어있다.


이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위하는 다정함이 들어있다.

맛없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요리는,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 누군가는 다른 사람일 수도,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아직 안 먹어본 식재료와 요리가

많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이미 좋아하는 먹거리가 많아

그걸 먹기도 바쁜 몸이다.

새로운 맛을 향한 도전도 좋고,

아는 맛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내가 만든 음식도, 남이 만들어준 음식도 환영이다.

조금 짜도 괜찮고 밍밍해도 괜찮다.

나의 맛있음 기준치는 매우 너그럽다.


어떤 음식이든,

입안 가득 음식을 머금은 나는

음식에 섞인 다정함에 기분 좋은 행복과 사랑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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