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2016년 학회 참석차 샌프란시스코에 갔었는데 오전 학회를 마치고 밤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오후 반나절을 알차게 보내기로 굳은 각오를 하고 점심식사 후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를 방문했었습니다.
미술관은 그 안에 전시된 미술품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도 예술품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는데 보타는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과 리움 미술관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언뜻 보면 강남 교보문고 건물의 외벽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보타의 다른 건축물에도 적갈색 벽돌을 많이 사용하더군요.
SFMoMA는 1935년 미국 서부 쪽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현대미술관으로 역사가 깊지만 현재의 건물은 1985년에 7년간의 공사 후 개관한 것입니다.
입구에서는 중앙홀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구조인데 건물의 중앙에 크게 만들어 놓은 둥근 창을 통해 채광이 될 수 있게 해 놓았고 여기에 거대한 모빌도 달려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이 높은 공간을 구름다리를 통해 건너갈 수도 있게 만들어져 있지요.
거울을 천정에 달아서 복잡하게 계단이 보이게 하거나, 건물 바깥쪽에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 공간 벽의 식물들이 창문을 통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게 해 놓는 등 건물 자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설계였습니다.
마르셀 뒤상의 <샘>, 앤디 워홀의 <붉은 리즈 테일러>, 리히텐슈타인의 <Reflections on Minerva> 그리고 백남준 씨의 <TV Crown>등 팝아트를 비롯한 현대 미술품들이 많이 전시되어있고 또 <모자를 쓴 여인>을 비롯한 마티스의 작품도 다수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과거의 샌프란시스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Jim Goldberg라는 작가의 사진이 인상 깊더군요.
사진은 상당히 직관적인 예술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사를 그대로 옮겨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사진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Goldberg는 지금 보면 별게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개념으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쓴 글을 사진 옆에 같이 붙여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Rich and Poor>라는 시리즈 작품을 통해 극심한 가난함, 약물 중독, 동성애와 아주 풍요로운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대비해서 비교해 있는 대로 보여 줍니다. 사진이 가지는 사실적인 특성에 내러티브 한 면을 추가하면서 아주 극적이고 처연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Goldberg의 이 작품들을 스미소니안 박물관 사이트에서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si.edu/sisearch?edan_q=Jim%2Bgoldberg
Untitled--I keep think where we went wrong. We have no one to talk to now, however, I will not allow this loneliness to destroy me,--I STILL HAVE MY DREAMS. I would like an elegant home, a loving husband and the wealth I am used to. Countess Vivianna de Blauville., from the series Rich and Poor
회랑을 따라 걸려있던 사진 중 한 사진 속의 가난한 가족의 어머니가 쓴 글이 마음을 울립니다.
"This picture says that we are a very emotional & tight family, like the three musketteers. Poverty sucks, but it brings us closer together." - Linda Benko
https://www.si.edu/object/saam_1988.19.29
제가 gender difference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한 노부부의 사진과 각자 그 사진을 보고 쓴 글도 재미있더군요.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내 아내는 그럭저럭 괜찮다. 뭐 이런 단순한 표현인데 할머니는 할 말이 많으신가 봅니다. 남편이 눈부시게 훌륭하다는 둥... 심지어 작가에게 결혼생활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덕담까지 쓰셨네요.
Untitled
-My Wife Is Acceptable. Our relationship is satisfactory. Edgar G.
-Edgar looks splendid here. His power and strength of character come through. He is a very private person who is not demonstrative of his affection; that has made me unhappy. I accept him as he is. We are totally devoted to each other. Regina Goldstine Dear Jim: May you be as lucky in marriage!, from the series Rich and Poor
아래의 두 동일한 사진들은 주인과 집사의 사진을 찍고 각자에게 이 사진에 대해서 글을 쓰게 한 것으로 서로의 대한 생각과 관점을 비교해가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갈 때는 머리에 꽃을 꽂고 가라는 노래처럼 비트 문화, 히피, 자유, 동성애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도시.
사진들을 보다 보니 어찌 보면 멋지게 포장된 당시, 혹은 현재의 미국 현대 도시의 이면이 가지는 쓸쓸함과 허무함이 그 배경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도시.
트윈픽스에서 올라가 보는 경치는 참 절경입니다.
언젠가 야경을 한번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