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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dipity Feb 10. 2019

미스터 스마일  (2018)

The Old Man & the Gun 2018, David Lowery

<This story, also, is mostly true>라는 문구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은행강도 Forrest Silva "Woody" Tucker (1920.6.23 – 2004.5.29)의 2003년 뉴요커 인터뷰 기사인  "The Old Man and the Gun"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과 일치한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03/01/27/the-old-man-and-the-gun  


터커는 15살 때부터 감옥을 들락거리기 시작해서 18번의 탈옥 성공과 12번의 탈옥 실패로 escape artist라고 불리기도 했다. 1999년 79세에 마지막 은행강도를 하다가 투옥된 후 감옥에서 사망했다. 

터커는 은행을 터는 것 자체를 무척 즐겼고 영화 제목처럼 강도짓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뉴요커의 기사에서 은행을 털고 나오면서 은행원들에게 "Thank you"라고 인사를 하고 나온다거나, 형사들이 그렇게 우아한 강도를 본 적이 없다(he had never met such a gracious criminal)고 평가하는 것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체포당하는 순간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은 여기서 따 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마지막 영화였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명 배우가 선택한 마지막 영화는 과연 어떨까? 

왜 하필이면 늙은 은행강도 이야기였을까?

80이 넘은 레드포드는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일부러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나 이만큼 늙어서 이제 그만 해야겠지? 하고 물어보는 듯 하지만 여전히 멋진 미소를 보여준다. 

(궁금해서 실제 터커가 정말 잘생겼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조금 실망을 했다.^^)

이 영화에서 터커의 젊은 시절의 사진이 등장하는데 로버트 레드포드가 1966년에 찍은 The Chase라는 탈옥영화의 한 장면이다. 이 젊은 시절 탈옥자역의 레드포드까지 보고 있노라면 실제 인물이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은행강도 터커와 그를 연기한 배우 레드포드 두 인물의 삶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15세부터 시작한 도둑질을 80이 되도록 은행강도를 했던 터커, 

그리고 20대에 데뷔하여 82세가 될 때까지 스크린에서 활약하고 있는 레드포드. 


어쩌면 터커는 레드포드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사실 Lowery감독은 Chase장면 외에도 이 영화의 곳곳에 레드포드를 위한 오마주를 숨기지 않는다. 

다음(Daum) 영화 해설에서는 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폰트를 레드포드의 출세작인 <내일을 향해 쏴라> 오프닝에 나오는 ‘이 영화는 대부분 실화이다(Most of what follows is true)’라는 문구의 폰트를 활용했다고 설명해준다. 

좌측 내일을 향해 쏴라 오프닝, 우측 미스터스마일 오프닝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레드포드는 이 영화를 통해 어쩌면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커가 영화의 초반 여주인공인 쥬얼에게 "말을 타는 것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라고 말한다,

쥬얼이 대답하기를 "서둘러야겠네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이제 일을 그만둘 결정을 할 만큼 고령인 레드포드가 너무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은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후반부 영화의 한 장면이 뇌리에 박혔다. (고등학교 3학년때가 인생에서 가장 영어를 잘 했던 실력인지라 medical term 말고는 잘 못 알아듣는데 다행히 이 장면은 쉬운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라 들리긴 했다.)


터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월러는 터커를 쫒는 형사 존 헌트에게 과거에 터커와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준다.

I sat down with him once and I said,

“Surely there’s an easier way to make a living.” 

And he looked at me and said, 

“I’m not talking about making a living. I’m just talking about living."

“I’m not talking about making a living. I’m just talking about living.”


아마도 레드포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아닐까? 

그냥 먹고사는 얘기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은 일에 평생을 바쳤던 레드포드의 삶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체포되면서도 미소를 지을만큼 정말 은행을 터는 일이 좋아했던 터커에게 투영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 영화를 좋아했고, 열심히 연기하고, 감독도 해봤고, Sundance 영화제도 만들었었지. 

지금까지 정신없이 바빴지만 아주 즐겁게 영화 일을 했단다. 

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아 그만둘까 하는데 후회는 없어. 

그런데 너희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 " 

라고 물어보는 것 같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영상 때문이다. 

미스터 스마일에서는 80년대의 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슈퍼 16mm 필름으로 촬영을 해서 약간 거친 질감의 "진짜 옛날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16 mm B & W revesal  from  Wikipedia                                                                

슈퍼 16mm는 극장에서는 35mm로 확대해서 영사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화질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과거 누벨바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요즘같이 디지털 화면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감성을 느낄 수 있다. 

OST는 Daniel Hart의 작품으로 전형적인 미국영화음악 스타일, 즉 재즈를 바탕으로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준다. 경쾌하고 세련된 기타연주가 일품인데 연주자가 누군지 찾을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던 지난 몇 개월이었는데 이제 날이 밝으면 아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가장 큰 변화가 생긴다.

집단 광기에 걸린 것 같은 이 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발을 들여놓기 싫다는 이유인데 나도 아이를 그곳에 밀어 넣고 싶지는 않았다. 


바람이 있다면 아이가 뭘 하든 "living"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를.

대신 나는 그것을 위해서 "making a living"을 해야겠지...

올해 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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