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Bryan Singer
몇 번이나 예매를 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것을 반복 하면서 고민했다.
이 영화를 집앞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코엑스까지 나가서 사운드가 다르다는 메가박스 MX관에서 볼 것이냐...
장장 4일간의 국제학회가 끝난 뒤라 결국은 너무 피곤해서 밤에 집앞 CGV로 찾아갔다.
1. 12세 관람가를 허가해줬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리 볼 것을 허락한 아들에게 미안하다. 물론 예상을 했어야 했지만...
2. 영화를 보는 내내 메가박스 MX관에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고, 영화가 끝난 후 일반관에서 다시 MX관을 예약하려고 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live aid 공연의 실제 영상을 보자마자 생각을 접었다.
아무리 사운드가 좋더라도 느낌이 다를 것 같다.
3.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은 훌륭한 연기자임에 분명하지만 프레디라는 인물 자체가 워낙 개성이 강렬해 거리감이 있어보인다. 그러나 라미 외에 프레디역을 누가 더 잘 할 수 있겠는가?
4. 수년내 봤던 음악가의 전기 영화로 <Born to be blue>와 <Miles>가 기억이 난다.
Chet Baker를 연기한 에단호크가 가장 잘 어울렸던 듯.
개인적으로 퀸의 노래를 좋아했으나 프레디머큐리라는 인물은 비호감이었다.
나같은 샌님하고는 맞지 않는 캐릭터인데 오히려 기타를 배우면서 퀸의 멤버중 관심을 가지게 된 멤버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다.
영화에서도 메이역의 Gwilym Lee는 브라이언 메이와 상당히 싱크로율이 높아보였다.
브라이언 메이는 고등학교때 아버지와 같이 직접 제작한 <Red special>이란 기타를 계속 사용했는데 그는 이 기타로 두터우면서도 블루지한 독특한 음색을 들려준다.
특이하게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6펜스 동전을 이용해 줄을 튕긴다고 한다.
천문학을 전공하다가 퀸으로 유명해지면서 중단했는데 나중에 다시 공부를 계속해서 PhD를 받고 대학 총장까지 지냈다는 나로서는 무지하게 부러운 사람이다.
게다가 키도 크다.!
영화를 보면서도 사실 브라이언 메이가 더 눈에 들어왔고 집에와서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무슨 논문을 썼을까?
Queen으로 유명해지기전 1972년에 Nature에 <MgI Emission in the Night Sky Spectrum> 2쪽짜리 letter를 공저자로 출간했다.
이후 Queen으로 유명해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가 30여년만에 받은 <A Survey of Radial Velocities in the Zodiacal Dust Cloud>라는 제목의 박사 논문은 Springer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있다.
출판사의 홈페이지에서는 논문저자 소개에 퀸의 멤버라고 나온다.
오오.. 멋지다.
그런데 무슨 논문이 목차만 5페지에 분량이 160 페이지다.
역시 머리 좋은 사람들의 학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서문의 This thesis is dedicated to Harold May. This was your dream too, Dad 라는 헌사를 보면서 나도 아들의 박사학위를 그렇게 기다리던 아버지께 생전에 보여드리지 못해 무척 죄송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밤 하늘을 관찰한 기록을 분석한 논문인 모양인데 역시 예술가라서인지 논문도 아트적인 기운이 넘친다.
“Dust in the Wind …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라는 가사를 인용하고, 또 본인을 스스로 artist라고 칭한다.
독서라는 것은 사놓은 책중에 읽는 것이라는데 악기도 사놓으면 언젠가 배우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일렉 기타만 두대...
세워두기만 하다보니 넥이 휘어서 가끔 유지보수비가 들어간다.
브라이언 메이와 조금이라도 비슷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파마를 하는 것 뿐일 듯.
어차피 직장을 그만뒀는데 머리라도 길러볼까...
(2018/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