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채찍처럼 차 앞유리를 때리는데 내 빰도 같이 아픈 것 같다.
이런 폭우를 뚫고 군산으로 내려갈 만한 이유가 있을까?
바로 그토록 기다리던 재즈클럽 MUDDY의 2025 Soft Opening 콘서트가 진행되는 역사적인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려가는 길에 음악도 듣지 않고 빗소리와 함께 몇 시간을 운전하면서 오늘 밤 공연 감상을 위해 귀를 쉬게 해준다.
비가 조금 잦아들면서 금요일 저녁 군산 영화동 거리는 물기에 젖은 돌길에 가로등 빛이 반사되던 리스본의 밤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새로 오픈한 Paradiso90 내부에서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고 있었고, 재즈클럽 MUDDY에는 그루브 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목요일 밤은 손성제 퀸텟으로 포문을 열었고 금요일은 서칭포재즈맨 (비양/BYN 트리오)과 한상원밴드의 공연이, 그리고 토요일은 서칭포재즈맨(성실한 듀오/필댓그루브)의 라인업이다.
이번 주 첫 공연을 시작하는 재즈클럽 MUDDY는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다.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 자리 잡고 있던 공간의 역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느 세대나 좋아할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신했는데, 공연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사운드 역시 최상급이다.
나는 밤 10시 한상원 밴드의 공연을 선택했는데 펑키하고 블루지한 재즈 공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0세기 전반의 팝을 들려줬다.
국내 Funky blues guitar의 대부인 한상원 기타리스트는 현재 호원대 실용음악부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호원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보컬로 참여해 한상원 기타리스트의 원숙미에 신선함을 더해줬다.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전면에 나서는 대신 제자들이 이런 팝을 부르면서 오늘 밤의 주인공이 되게 해주는 것을 보면서 한상원 기타리스트의 "스승"으로서의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 전체 공연의 색깔은 역시나 특유의 펑키함과 블루지한 그루브가 지배하고 있어서 한상원 밴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주들이었다.
아무래 생각해도 21세기에 태어난 학생들이 이런 노래를 알리는 없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교수님들과 예전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도 있고 이번 곡도 정해주었다고 한다. 푸릇푸릇한 보컬들과는 달리 나이가 될 만 큼 된 관객들은 이제 한상원 님의 설명 후 전주가 시작되면 곡 제목을 맞추는 놀이를 하면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톰 존스의 Delilah, 페티 페이지의 Tennessee Waltz, 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 토니 브랙스턴의 Un-Break My Heart 등..
물론 펑키 블루스 연주의 진수를 보여기도 했다. 멋진 기타 솔로에 이어 관객들의 추임새와 박수를 드럼삼아 펑키한 연주를 들려주는 베이스 소리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늘 밤 공연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신나게 베이스가 솔로를 연주하는 동안 한상원 기타리스타가 객석을 보며 반갑게 손짓을 하더니 내려가 누군가를 무대로 이끌고 올라온다. 이 외국인은 어리둥절한 베이시스트를 지나 드러머와 허그를 한 후 스틱을 받아들고 바로 전혀 다른 톤의 드럼 연주를 들려주며 공연을 이어간다. 신나는 곡이 끝나고 나서야 이 사람이 일본의 유명한 블루스 밴드인 <Bluse company>의 드러머 마티 브레이시라고 소개를 해준다.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장면은 이곳이 딱딱한 콘서트장이 아닌 문자 그대로 "클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인상깊은 순간이었다.
이어서 다음곡을 연주하는데 처음 맞춰보다보니 드러머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 자, 다시... 자연스럽게 one, two, three, four에 맞춰 어깨가 들썩거리게 만드는 연주를 들려준다. 화면이 흔들리는 것은 내가 도저히 몸을 가만히 놔 두질 못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이미 관객들도 "너무 빨라...", "내 피아노 선생님은 손모양을 이렇게 하라고 하는데 키보디스트는 펴고하네..."같은 말을 하거나 "유후~!"감탄사를 내지르면서 관객이 아닌 이미 밴드와 하나가 된 연주자의 느낌으로 이날 밤 공연을 완성해나간다. 이런 공연에는 추임새가 공연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연주의 끝에 터져나오는 감탄사.
"아~ 잘한다! 아~재밌다!"
오늘 공연은 한상원 기타리스트 특유의 연주와 함께 블루스와 재즈에 아주 잘 어울리는 톤의 파워풀한 보컬, 미친듯한 키보디스트, 외모와 실력이 모두 출중해 질투가 나는 베이시스트, 그리고 에너지와 땀을 동시에 발산하며 몇 시간이고 더 연주할 수 있다는 드러머까지 그야말로 환상의 공연이 10시부터 자정을 넘어 이어졌다.
자, 이제 질문은 다음 공연은 언제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