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들어오면서 음악의 장르나 유행도 달라졌지만, 음악을 듣는 매체도 변해왔다. (매체의 진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다.)
밤늦게 듣던 라디오,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녹음하던 테이프,
그리고 멋진 LP.
CD가 등장하면서 뭔가 건조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앨범의 표지도 있고 내지도 있는 아날로그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MP3나 flac file, 혹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듣기 때문에 과거의 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매체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중이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간간히 CD를 구입하기는 해도 그대로 여행지에서 사는 냉장고 자석처럼 기념품의 개념이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책상 위에 책상 위에 놓여있던 Janis Ian의 <Star>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봄 싱가포르의 중고음반 샵인 Roxy disc house에서 구입했던 것인데, 집에 와서 컴퓨터 CD 드라이브로 한번 들어 본 이후 몇 달을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CD 드라이브를 열어 디스크를 꺼내 케이스에 담은 후 차에 들고 내려갔다. 정말 십 수년만에 카오디오 CDP에 넣고 수수한 기타 반주에 Janis Ian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멋진 노래들을 들었다. (이렇게 CD를 차에서 감상하려면 중고차를 사야 한다. 뭐 꼭 돈이 모자라서 중고차를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 때 이런 이유도 댈 수 있다.)
70년대 특유의 포크 음률, 단출한 반주, 잔잔한 그녀의 음색뿐만 아니라 CD라는 과거의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향수를 자극한다. LP를 듣다가 CD 음원을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차가운 음색이 있나 싶었는데, 오늘 들어보니 모든 게 다 들리는 듯하고 공간감이 있는 요즘 음원에 비하면 오히려 소박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Janis Ian
싱어송라이터인 그녀는 폭발력 있고 화려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차분하고 맑은 음색과 딕션으로 노래에 담긴 감정을 아주 잘 전달해 줘 청자가 동일하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가수이다.
이러 그녀의 특성상 불러주는 노래의 가사를 같이 음미해야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영어 리스닝이 안된다. -_-;;
그 유명한 곡 At seventeen이란 노래는 그냥 제목만으로 17살에 느꼈던 감정에 대한 노래이겠거니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가사의 내용을 추정할 뿐이다. (Janis Ian을 모르는 분이라면 그녀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기타 인트로와 후루겔 홀 간주가 인상적인 이 멋진 노래를 먼저 감상해 보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