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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dipity Jan 23. 2019

Taxi driver #1 - 2018/11/27

4 Hands


오늘은 평상시와는 좀 다른 날이다. 

그닥 쓸데없는 포스팅만 하루에 세번씩이나 올리고 있다.


SRT를 타기위해 역에 가려고 카카오택시를 호출했다.


이게 웬일인가? ...

호출하자마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서둘러 내려가서 택시에 올라타고 출발하는데 기사님이 질문을 던진다.


"음대 교수님이세요?"


내 인생에 택시에 타면서 받은 두번째로 난감한 질문이다. 

아마도 퇴근시간에 음악관에서 걸어나온 흙을 묻힐 것 같지는 않은 창백한 얼굴과 손을 가진 비교적 마른체형의 중년 남자 손님을 맞이하는 기사님으로서는 나름 합리적인 추론일 듯 싶다. 


(첫번째로 난감했던 경우는 부산에 학회차 내려갔다가 주일 아침에 힐튼호텔에서 예배를 보기위해 택시를 타고 수영로 교회로 가는 중에 받은 질문이다. 

당시 받은 질문은 "수영로 교회 목사님이세요?"였다. 그 전까지는 전도사님으로 오해받은 적이 몇번 있었다.)


아무튼 기사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기로 결심하고 조용히 대답했다.

"아닌데요.."


그런데 이 분 좀 집요한 면이 있으시다.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그럼 무슨과 교수님이세요?"라고 두번째 날카로운 질문을 날리신다. 


다시 고민이 된다. 정년보장 교수는 때려치웠고, 개업을 한 것도 아니고, 시간강사로 강의는 하고 있고, 계약직 바이오 연구직을 시작한 상태고....지금 내 신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진실만을 말히기로 한 결심을 다시 되새기며 기사님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보고 학교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대답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꽤 현명하게 대답한 것 같다.


이런...기사님은 나보다 더 의과대학 교수님들 소식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었다. 

매우 반가운 목소리로 모 교수님의 건강은 어떤지 물어보신다. 

역시나 진실만을.... "같은 과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있으셔서 이제 좀 아프실때가 되었지요. 하하하"


이분은 운전도 우아하게, 아니 우아하다는 표현은 뭔가 걸맞지 않는다. 그냥 좀 멋지게 하신다.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할 때 부드럽게 상체를 좌측으로 살짝 기울이며 핸들을 돌리면서 우측 상완과 주관절을 약 45도로 살짝 들어올린다. 

여러 질문을 하시면서도 급정거, 급가속도 없이 부드럽게 운전을 잘 하신다.


잠시 분위기가 썰렁했는지 라디오를 켜 주신다.

오늘은 택시안에서 듣는 음악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라디오에서는 Johny Mathis의 "Once before I go"가 흘러나온다. 

혹시 내가 뭘 놓고 온게 없는지 서울로 떠나기 전에 다시한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음곡으로 Kansas의 "Dust in the wind"가 이어진다. 

나오기전 확인했던 뉴스에서 저녁부터 황사가 심해진다는 내용이 생각났고 그제야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The righteous brothers의 <Unchained melody>가 감미롭게 귓가를 맴돈다. 

한대의 기타를 남자가 여자 연주자의 뒤에서 껴안은 상태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 만큼, 도자기도 남여가 끌어안고 동시에 빚으면 멋지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랑과 영혼>의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내렸다. 


뭔가 특별하지만 생각해보니 별 쓸데는 없었던 하루인 것 같다.

쓰고나니 이 글도 언제나 처럼 길게 늘어져버렸다. 


겨울이 오면서 벌써 창밖이 어두워지고 노란 불빛들이 스치며 지나가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도자기 뿐만 아니라 기타도 남자가 여자를 껴안고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You tube로 <Tico Tico no Fubá - Duo Siqueira Lima - 4 Hands>를 듣기 시작하고 SRT는 서서히 출발한다. 

https://youtu.be/NVitgDEh_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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