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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dipity Jan 24. 2019

 Taxi driver #2 - 2018/12/4

이런! 

멍하고 있다보니 기차시간이 25분밖에 안남았다.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재빨리 espresso 머신에서 포터필터를 빼서 커피 찌거기를 버린 후 espresso잔과 텀블러를 같이 들고 세척을 위해 화장실로 뛰기 시작했다. ...

문앞을 지나면서 전기포트 스위치를 올렸다.

화장실에서 세척이 끝남과 동시에 카카오 택시를 호출한 후 들어오니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커피포트를 들고 기차에서 마시기위해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고 둥글레차 티백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목표했던 작업들을 짧은 시간내에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는 쾌감을 느끼는 순간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지난번 택시기사님과 미묘한 감정적 교류 이후 택시를 부를때마다 약간 긴장이 되는 느낌이다. 


가방을 서둘러 챙기고 뛰어내려가 택시에 올라탔다. 

염색한 머리, 손가락 끝이 뚫린 두툼한 레이싱용(?) 빨간 장갑. 

뭔가 심상치않다. 


목적지를 확인 한 후 아무런 대화없이 익산역으로 출발. 

10분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교차했다.

차량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H사 중형 택시 모델인데 아마도 방향지시등 조작 레저가 옵션에서 빠진 듯 하다. (내리기전 비상등이 작동되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선변경시에 예고없이 파고 들며 차량 후미를 흔들어 주면서 fish tail phenomenon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fish tail이 뭔지 알고 싶다면.. https://blog.naver.com/autolog/220661044178

급가속 뿐만 아니라 빠르고 반복적인 급정거로 nose dive와 tail lift 도 발생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현상들에 대한 설명 역시...https://blog.naver.com/occulter1004/220806573475)

다행히 국산차가 과거에 비해 서스펜션이 좋아져서 이런 현상이 심하지는 않기 때문에 고개가 쳐 박힐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것은 내가 예측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량의 거동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감이었다. 

당연히 서서히 정지를 해야 할 것 같은 노란불에서 더 빠르게 통과한다던지, 백미러에 "비치는 사물은 실제보다 가깝다"라고 것이 써 있음에도 느닷없이 끼어든다던지... 

게다가 2차선에 군데군데 주차하고 있는 차들 때문에 어쩔수 없이 급정거를 하거나 끼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게 해 준 10분이었다. 


핸들을 잡은 사람이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었일까?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는 것과 함께 그 여정에서 뒷자석에 타고 있는 사람이 편안함을 그리고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택시를 타고 가는 10여분간의 짧은 시간동안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회사의 CEO, 병원의 원장, 정치인들이나 크게는 국가의 지도자들 역시 핸들을 잡고 있는 직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택시는 우리가 필요해서 호출하고 무작위로 탈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정치인들을 비교하자면 일반 택시보다는 과거에 기차역이나 터미널 앞에서 볼 수 있었던 장거리 택시 (AKA 나라시) 같은게 아닐까 싶다.

내가 제일 빠르게, 안전하게, 싸게 간다고, 두 명 탔으니 한명만 더오면 바로 출발한다고 호객을 하던... 

아니면 아주 오래전 유행하던 "야타"족? (이런 단어의 선택은 내 나이를 드러내므로 조금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길가에 주차를 해 놓은 차주는 결국 우리들일텐데 목적지로 안전하고 정확하게 가는데 방해가 되고 있는 것들도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조급한 승객들도 어떻게 가든 빨리만 가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불안한 운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별 쓸데없는 Idea of flight의 주행을 마치고 역에 들어서 시간을 확인해본다.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해서 7분 가까이 시간이 남아있다. 


플랫폼에서 TV를 보니 부시대통령 장례식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무표정한 멜라니여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거수경례가 뭔가 기묘한 느낌은 주는 장면이었는데, 

그래도 한 국가의 지도자가 정치이념이나 업적을 떠나 장수하고 국민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장례식이 치뤄지는 것이 약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는 전직 대통령들이 죄다들 집을 떠나 갇혀 있는 상황이니 원....


이어진 뉴스는 파리에서는 노란조끼 시위로 인해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80대 노인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공정한 조세의 정의와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는 시위대의 인터뷰가 불에 타고 있는 파리시내의 모습에 이율배반적으로 들린다. 

무려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는데 시위 현장의 사망사건을 경험했던 우리 사회와 비교해서 정치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는 어떤식으로 해결이 되어갈지 궁금하다. 



시내에서 화염이 이는 장면을 보면서 87년도가 불현듯 떠올랐다.

대통령 후보자 연설중 돌이 날아들어 방패로 막아선채 연설을 하던 기괴한 장면,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51124_0010436092


또 전주에서 가장 큰 길인 팔달로에서 밤에 불을 피우고 시위를 하던 장면들...

시위대와 시내를 같이 돌아다니면서 시국이 위중하고 데모가 많아 올해는 학력고사를 못본다는 괴담에 솔깃했던 어린시절...

고등학교 축제때 캠프파이어하면 경찰들이 온다고 교장선생님이 축제를 취소했던 일.. 

그리고  대학에 와서 경험한 "지랄탄"의 공포감 등등 


그시절의 사건들이 흑백사진처럼 오버랩되면서 지금 한국과 프랑스가 바뀌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함에 목이 말라왔다.

이 때를 위해 출발하기 직전 급박하게 준비했던 비장의 무기, 둥글레차를 가방에서 찾았다.

.

.

아뿔사.... 텀블러를 책상위에 놓고왔다. 


茫然自失

김구라씨가 내 귀에 대고 한마디 하는 것 같다. 이게 뭐야....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내려가는데 그동안 둥글레차가 수 일간에 걸쳐 발효가 될지, 혹시 새로운 식물성 유산균을 발견할 기회가 될지... 궁금 하다.


이번 기회에 텀블러는 새로 사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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