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세상

유치원으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

by 차강

내가 올해 데리고 있는 예솔이는 자폐성범주장애인이다. 7살이고 여아다.

예솔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다. 어느 쪽일까?

무발화를 가지고 있는 자폐 아이들을 만나면 늘 궁금했다. 어쩌면 말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하고 우리끼리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말을 하는 것보다 더 편할 수 있기에.

구태여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무발화 자폐유아는 몸짓, 행동, 울음, 웃음 등으로 요구하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원하는 것을 가리키거나 원하는 곳이 있는 곳으로 잡아 이끌 수 있다.

말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이 생각은 말을 하는 우리 들의 추측일 뿐이다.


예솔이는 7살 이전부터 많은 부모님들이 그렇듯 발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언어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식이요법과 한의원 치료까지 해보았다고 했다. 어머님의 노력과 간절함은 아직 예솔이에게 닿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다. 이마저도 추측이다. 어쩌면 닿았을지도 모른다.

말을 할 수 없기에, 생각을 표현할 수 없기에 모든 것은 추측에 남겨둔다. 이러진 않을까. 저러진 않을까.

불편하진 않을까.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러기에 우리들은 답답하다. 이것은 추측이 아니다.


그러나 5살에서 7살 사이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알 수 있다.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도, 그 나이의 아이들의 말은 어차피 어른의 해석과 번역을 한 번 거처야 그 숨은 뜻을 알 수 있다. 결국 말을 하던, 말을 하지 않던 그 또래의 모든 아이들이 하는 말은

아-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아 -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어른들이 해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예솔이는 그 번역 과정이 조금 길고 어려울 뿐이라고 느끼면 되는 것 아닌가

만약 예솔이의 언어와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가 다른 언어라면 예솔이도 우리의 언어를 조금은 이해하고 추측하고 알아가야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나아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장기적으로 본 다면 예솔이가 이 세상에 어울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예솔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추측하고 해석할 테니

예솔이 너도,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이 말이다. 어쩌면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기적인 생각인가


하는 생각을 품고 예솔이와 유치원에서 지내는 나날들 중 요즈음은 유독 예솔이 옆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유치원은 시끄럽다. 아이들의 말하는 소리, 우는 소리, 울음소리, 주절주절 쉴 새 없이도 말한다. 그 작은 입에서 어떻게 다 참고 있었는지 배달시킨 우동국물을 비닐에서 풀었을 때 마냥 콸콸도 나온다.

나는 매일 여러 아이들의 일기장이 된다.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잠깐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예솔이를 돌아본다.

예솔이는 뭐 하지?

왜냐하면 예솔이와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끼고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기에.

예솔이와 함께 있으면 소리 없는 조용한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조용한 세상에서 대화하는 기쁨이란.

항상 소리로 가득 차 있는 유치원에서 예솔이와 나, 우리만 눈으로, 손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내면에 큰 기쁨과 충족과 안락함을 준다.

이것도 결국에는 예솔이한테 물어보고 답을 얻은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사랑하고 통한다는 사실은

나의 추측으로 남겨둬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솔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멈추고, 사랑을 주고, 받고

예솔이를 만지는 내 손에 사랑을 가득 담아 예솔이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머리칼을 넘겨주고

나를 만지는 예솔이의 작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물론 좋은 나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조용한 사랑을, 우리 둘만의 사랑을 나누다가 또 하루에도 몇 번씩 눈으로 서로 기를 세우고, 신경전을 벌이는 많은 순간들도 있다.

그럴 때 예솔이는 작고 두툼한 아기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며 내 눈을 보는 것을 거부한다(ㅋㅋ)


예솔이를 볼 때면, 어쩌면 예솔이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가.

조용한 세상에서 지내기를. 그것도 그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아닐까.

예솔아, 선생님은 요즘 예솔이 옆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

선생님이 힘들 때만 예솔이의 조용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이 나마 해서 미안해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지? 선생님이 집에서 다 발음해 봤는데 진짜 어렵더라.

혀의 모양도, 입술의 모양도 계속 바뀌고 이 미세한 차이를 바꿔서 듣고 발음한다는 게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나는 어떻게 했나 모르겠네.

예솔이의 세계를 더욱 알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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