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집

깨진 집으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

by 차강

깨진 집.

우리 집은 깨진 집이다. 콩가루집안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콩가루는 가루가 되어 흐트러져 풀풀 날리고 지저분하고 치우기도 쉽지 않지만 콩가루라는 말은 내가 받은 상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부드럽다.


늘 싸웠다. 항상 싸웠다. 물론 365일 싸운 것은 아니다. 싸우지 않는 날도 있었다.

행복한 날도 있었겠지만 내 머릿속은 매일 싸운 것처럼 내 기억은 싸운 날들만 저장이 되어있으며

싸움날들은 행복한 날들을 의미 없이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제일 처음 싸운 기억은 6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뻐꾹- 뻐꾹 하며 뻐꾸기시계가 정각에 맞춰 앞으로 튀어나왔왔다 들어갔다 했다.

밤이었다. 아빠는 소리 질렀고 엄마도 소리 질렀다.

엄마 손가락에서 피가 난다. 엄마는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피난 손가락을 물로 헹구면서도 아빠와 싸운다.

어린 나는 화장실 앞에서 역시 쪼그리고 앉아 엉엉 울었고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아빠 얼굴은 보기가 싫었다. 보기 싫은 게 아니라 화난 아빠의 얼굴이 보기가 무서웠다.

정확히 무엇이 깨지고 왜 때문에 엄마가 다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에는 아마 두 분이 싸우시면서 물건을 던졌으리라 짐작이 될 뿐.


괜찮다는 엄마의 말과 얼굴이 그립다.

그 이후에 수많은 싸운 날들 중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엄마는 내게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이후 평생을 엄마의 괜찮다는 말과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그 눈빛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내 가죽과 내 육신은 눈치 없이 자라 버렸다.

엄마아빠가 싸울 때면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6살 어린아이로 돌아가 엉엉 아래턱을 있는 대로 늘리며 벌컥벌컥 울고 싶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만약에 그랬다면 엄마와 아빠는 나를 6살 나를 대하듯이 나에게 사과해 줬을까?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말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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