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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n Jun 06. 2020

Ain in Melbourne

food_ 결국 우리가 모이게 되는 건


In Melbouren

결국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당연함이 없어져야 그제야 알게 되는 나의 것이었던 것들

한식이 그러하다. 


멜버른의 6월 

쌀쌀한 바람이 두터운 겉옷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달

한국과는 정반대로 다가오는 계절들을 몸으로 느껴가며 적응하는 날들과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익숙해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는 나날들

타국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지 

모든 순간이 도전이 되는 삶이란 안정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도전하는 날들이 사서 고생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가끔은 너무 아파 성장한 나를 발견하고 나서야 조금 더 한 발짝 내딛게 되는 힘을 얻게 되는 것


"밥 먹고 가"

"밥 먹자"


같이 밥을 먹자는 것 

이것만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있을까?


쌀쌀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뜨끈한 김이 폴폴 나는 국물

비가 오는 날에는 윤기 나는 기름에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전

타들어가는 강한 햇빛이 드는 여름엔 달큼한 팥앙금과 부드러운 눈꽃 우유 결이 가득한 빙수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고추장을 한껏 넣어 끓인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밀떡 떡볶이

같은 것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것은 본능적인 미각의 공통점이 결국 우리를 묶어주는 가장 좋은 매개체이자

집에서 너무 당연하게 혹은 쉽게 먹던 일상의 음식을 낯선 땅에서 만난 두 배의 몸값의 한식

숨만 쉬어도 낯선 공간에서 1000원의 길거리 떡꼬치가 떠오르는 왠지 모를 서러움이 드는 가장 그리우면서 서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한식이다.


각자의 목표, 이유, 꿈 다른 것을 가진 우리는 여기서 그렇게 가족이 되어간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삶을 사는 우리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유랑자의 삶에서 가족이라는 말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엄마 맛이 안 난다며 갸웃거리며 끓인 조금 더 넘치게 넣어진 참기름이 그 내음 덕에 고소함이 더 가득 찬 Luna의 미역국이

오뚜기 노란 당면 봉지 뒤 설명서를 정직하게 따르고 수차례 간을 보아 배가 불러가며 만들어낸 Taylor의 잡채가

3번은 부치고 나서야 그럴싸한 두툼한 모양이 완성되는 해물 가득 꽤나 그럴싸한 Omi의 해물파전이

싸다 보니 10줄이 되어 생각나서 챙겨 왔다는 포일 속 엉성하지만 Hana의 제법 두툼한 김밥이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집에서부터 양념을 고기에 재워와 몇 시간을 땀 흘려 그의 오랜 노하우가 녹아들어 가 완성된 Jun의 달큼하고 부드러운 양념갈비가

그들의 정성이 모여 오늘도 나는 여기 이곳에서 가족 식사를 한다.


당연하지 않아서 쉽지 않아서 더 소중해지는 우리의 가족 식사

온 감각이 따뜻해지는 순간 온기를 더해주는 건 그들의 아니 우리의 어리숙하지만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각자의 노하우 들어간 정성 어린 음식들이 모여 함께 보내는 그 시간들이 가족이라는 단어가 아니라면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따뜻함을 공유할 수 있는 우리들을 나는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다.

음식이라는 공통점들이 모여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정의를 내려주는 것이 아닐까 


나의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가족들이 있어 오늘도 나는 그들과 함께 숟가락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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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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