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해치는 자유주의자

누구보다 타인을 억압하는 자유신봉자

by 유경원

시장경제를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유주의 이념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과 철학은 진영을 넘어 다양할 수 있고, 인간은 누구나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각자의 철학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념이란 특정 방법론을 선택하는 경향에 가까울 뿐이며, 이미 자본주의 구조로 고정된 사회에서 “자원을 나누자”고 말한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라 낙인찍는 건 철학적 다양성을 억압하는 일이다.

결국 이념의 다양성을 억누르고 획일화하는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모순에 빠진다.


“정치는 타인과 함께 세상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 인용


“다양한 의견의 충돌 없이는 진리도 생명을 잃는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 『자유론』 중에서 요약 인용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치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이념이다. 그리고 타인의 다른 생각을 ‘공산주의자’나 ‘빨갱이’로 낙인찍는 것은, 다양성을 거부하고 사고를 획일화하는 행위다. 물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는 공산주의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해치는 것은 자유를 맹목적으로 외치며, 폭력을 애국이라 믿고, 계엄을 계몽이라 왜곡하는 이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유주의자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자유주의 이념에는 분명히 인간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보호한다.

둘째, 권력의 집중과 획일화를 견제한다.

셋째, 창의성과 다양성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된다.

넷째, 자기 책임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윤리를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낡은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의 여지를 남긴다.

이처럼 자유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이다. 그러나 지금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 중, 과연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자기 권리만을 외치는 또 다른 독점이 아닐까? 자유를 해치는 자유주의자라면 그 자체로 자아 분열이 아닌가?

철학적 시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이상 ‘국민’이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철학이 무너진 나라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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