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낙인찍는 쾌락에 빠진 대중에게
사람들은 나락을 향하는 타인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나락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모순에 빠지는데, 내가 남을 욕하고 즐거워할수록 ‘나락’이라는 현상은 곧 결집력을 갖고 ‘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나락을 즐기는 것, 나락을 조장하는 사람에게는 마음 한편에 불안을 건설하고 있는 것과 같다. 마치 노인복지를 외치면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처럼, 나락을 외치면 내가 나락 갈 수 있다는 불안이 자리 잡는 거다.
사이버 렉카들의 나락 행진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럴 줄 알았다’ 정도이다. 어떤 이들은 실망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정의로운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지만, 남 욕하는 걸로 돈 버는 사람에게 기대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조금의 실망감도 없는 상태다. 나락을 말하고,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며 정의감을 팔아 장사하던 일명 ‘나락꾼들의 몰락’인 셈이다.
그러니까 나락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남이 나락 가는 모습을 지적한다고 나 자신이 우월한 것도 아니며,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쁜 일상을 지내오며 받은 스트레스가 과열된 군중의 목소리에 의지 당한 채로 나락을 동조해선 안 된다. 나락은 불쾌하다. 나락은 돌아온다. 나락은 무차별 폭격에 가깝다.
비슷한 사건 앞에서 우리는 피해자의 안녕과 일상 회복을 기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응원과 격려 역시,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나에게 돌아올 행동과 말을 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