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주고받는 운명공동체

by 재치

평생 그 누구랑도 딱히 한적 없는 정답이 없는 줄다리기를, 지난한 협상의 과정을 다름 아닌 너랑 한다. 서로의 미래를 두고 나의 책임을 덜기 위해, 널 덜 미워하기 위한 장치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지금의 너를 상처 입힌다.


내가 준비한 무기는 "나의 미래가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어. 꽤나 상처받을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넌 역시나 상처를 받았지. 이 말은 참 공교로워.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이어서 그저 내 심경만을 담는 것 같지만, 따로 살고 있는 지금마저도 함께인 것과 다름없는 '너'와의 미래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실은 살짝의 원망을 담기도 했어. 그리고 넌 그 미묘한 것까지 모두 느끼고 아파했지. 이 세상에 그다지 걱정이 없는 네가, 무던한 네가, 나 때문에 불안해하고 한껏 예민해진다.


그렇지만 난 계속 억울해. 내가 내 직장을 포기하고 너의 곁으로 간다면, 그간 나의 열심은 도대체 무얼 위한 것이었던 거야? 너는 더 억울할 거야. 나의 직장 때문에 서로 기약 없이 떨어져 지내거나, 연고도 없는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영영 안게 됐으니.


주말 아니, 방학부부인 우리의 관계가 서로에 대한 '억울함'으로 점철되지 않길 바라. 닥치면 다 한다는데, 그때가면 다 해결책이 있는 법이라던데. 부디, 그때가 오면 커다란 희생 없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길, 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행운이 깃들길. 혹은 나의 사사로운 욕심 따위 가벼이 내려놓을 수 있게 내가 한움큼 성장해 있길 바라.


널 많이 아껴.


우리 꼭 같이 행복하자.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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