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마주한 나의 태도
요즘은 여자친구와 함께 헬스장을 다니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헬스장을 다녔지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피해 다녔다. 다행히 집 근처에 사는 여자친구와 함께 헬스장을 가게 되어 나도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헬스장을 갈 때만 해도 내 발걸음은 필사적으로 산책을 따라가기 싫어하는 강아지처럼 꾸역꾸역 움직이곤 했다.
헬스장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여자친구와 재테크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친구는 최근 부쩍 주식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실 관심이 많아졌다기보다는, 과거의 주식 투자가 드디어 수익률로 증명되고 있었다.
“오빠도 이 블로그 한 번 읽어볼래? 재테크랑 시사 관련해서 엄청 유명한 블로그야!”
“응? 글쎄 흠… 풋! 이런 걸 읽어?”
나는 나름 주식과 기업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종사하는 직장도 그렇고, 이 분야에서 공부도 많이 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래서인지 이런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에 대해 평소 편견이 있었다. 대체로 내가 생각하는 깊이보다 수준이 낮다고 느꼈고, 추천하는 주식들 역시 여론을 따라가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읽어온 수많은 주식 책과 나만의 철학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다소 낮춰보는 경향도 있었다.
“오빠, 너무 무시하지 말고. 한 번 읽어는 봐.”
내 무관심하고 오만한 태도에 여자친구는 마음이 상한 듯 보였다. 러닝머신을 달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이렇게 오만해져 있었을까. 기업 전문가라고 자부하던 나는 여전히 연차가 낮은 일개 직원에 불과했고, 설령 연차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그런 블로그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러닝머신 위에서 찬찬히 읽어본 그 글은 꽤 유익했고, 내가 알지 못하던 분야의 지식도 많았다. 무엇보다 매일 글을 쓴다는 습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설령 모든 글이 유익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만함을 가지고 있을까.
아는 것이 많다고, 어느 정도 성숙했다고 자만하며 타인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었을까.
러닝머신을 마칠 즈음, 옆자리에서 달리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이 블로그, 정말 유익한데? 더 읽어볼게.”
헬스장에서 줄여할 건 몸무게만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오만과 편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