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선생님께서 뿌린 작은 씨앗 #1

by 하루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일들을 공책에다가 몇가지 적어보았다.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 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목표를 적고, 이루고자 무지무지 노력했다. 막 대학생이 된 내게는 크게는 한 4가지 정도의 목표가 있었다. 연애, 학점 4점대 넘어보기, 영어 잘해보기, 해외여행 가기 정도였다. 학점은 어찌어찌해서 1학년 1학기 때 4.1을 맞았는데, 이후에는 끝을 모르고 계속 내려갔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인데, 성적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다. 연애는 결국 한 번도 못해보았다. 수차례 시도는 했지만, 사실 연애를 할 만큼 넉넉치도 못했고, 내가 썩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해외 여행이란 목포는 꽤나 성공적으로 성공했다. 시골에서만 자라 난 나에게는 도시에서 사는 것도 꽤나 큰 목표였는데, 해외를 가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래도 꿈은 큰 게 좋다고 일단 해외 여행이라고 적어뒀다. 여기도 사실 약간의 이야기가 있었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내게 삶이란 학교와 집 딱 그 정도였다. 담장을 넘어서는 영글은 포도송이와,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벼들만이 보이던 학교에는, 내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내게 나중에 대학생이되면 꼭 해외를 가보라고 하셨다.

'너 같은 시골아들은 해외 같은 데 가서 많은 것 좀 경험해야 된데이'

선생님은 비행기 표 값만 마련하고, 바게뜨 빵만 가방에 지고서라도 여러 곳을 누벼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내게 작은 씨앗을 뿌리시고 계셨다. 아무튼, 그렇게 목표를 적고 보니, 눈에는 온 통 해외와 관련된 것들을 눈 여겨 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계획은 2차례의 해외 봉사활동과, 교내 외국인 학생들과의 교류, 졸업을 앞 두고서는 미국에 6개월 간 가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해외 봉사와 교내 외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도 매우 뜻 깊었지만, 미국에서의 나홀로 생활은 가장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긴 했다. 6개월 간 인턴 생활과 미국 여행을 즐기러 간 것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간 곳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이었다. 한국에서 미국 달라스까지 12시간, 그리고 그곳에서 4시간을 기다린 후 다시 3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이 워싱턴이었다. 워싱턴을 도착했을 때는 저녁 12시였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숙소는 없지, 그렇다고 치안도 좋은 곳이 아닌지라 함부러 나돌아다닐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서성이다가, 발 뻗고 눕기 좋은 벤치를 찾았다. 사실 이렇게 오랜 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되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다. 한국에서 출발할때며, 워싱턴 도착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터라,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어제가 성탄절이서 공항 안에는 큰 트리와 은은한 노래가 흘러져 나왔다. 그렇게 새벽 5시가 되도록 공항 안에서의 나만의 여유를 즐겼다.


6시가 가까워 올 무렵, 지하철이 열렸다. 이곳에서 더 있을까 싶다가도 밖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무작정 지하철로 향했다. 워싱턴은 스마트 트립이라는 카드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간단한데 당시에는 어떻게 발급을 받아야하는지 몰라 당황했다. 물론 나만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Hey, do you know how to get this card? (이봐, 카드 어떻게 발급 받는 줄 알아?)"

부드러운 눈 빛을 가진 금발의 백인 아저씨가 내게 카드 뽑을 줄 아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에서 막 도착해서 모른다고 하니까, 본인도 마이애미에서 막 도착해서 잘 모른다고 했다. 사실 미국에서 40년 이상을 산 사람이 모른다고 하니까 사뭇 놀라웠는데, 나중에 마이애미 아저씨 말로는 미국은 여러 나라가 합쳐진 하나의 나라이지, 결코 같은 나라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아무튼 마이애미 아저씨와 약 10분간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첫 차인터라, 승객도 우리 둘 밖에 없었다.


"Jun! Do not marry until 30! (준, 30살 되기전에는 결혼하지마!) "

마이애미 아저씨와는 금방 친해져 개인사까지 얘기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절대로 최소 30살까지는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다. 마이애미 아저씨는 40살인데 아직 결혼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자 친구는 두 명이었는데, 아무튼 그래도 좋은 분이셨다. 본인은 세상의 관점에서는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고 했다. 자기 또래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이 많지만, 자기는 교사를 그만두고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다니느라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금 나이가 되어서는 자기 친구들이 자기를 부러워한단다. 아내는 본인들을 사랑하지 않고, 일들은 정작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아니라며...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내 자신의 모습이 떠 올랐다.

' 난 잘 살고 있는 게 맞을까?'

마이애미 아저씨와의 짧은 인사를 마치고 찬 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워싱턴 생활을 맞닥뜨렸다.



<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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