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너무 잦은 나에게

by 하루

돌이켜 보면, 원하는 성과를 얻은 기억이 그리 자주 있진 않았다. 원하던 대학을 낙방하고 다른 대학을 진학 할 때 부터 시작해서, 수차례 참가했지만 아무 성과 없었던 대회들, 그리고 바이러스로 인한 해외 인턴의 급격한 취소까지 어쩌면 우울하리 만치 별 소득 없는 나날도 꽤 많아 보였다. 주위의 친구들이나, 가까운 지인이 잘 된 걸보면 칭찬은 하지만 속앓이를 많이 하곤 했다.

'왜 나는 안 될까?'

시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부족하고, 이러한 일례들이 어쩌면 내가 무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컸다. 최근에는,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해외 인턴이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돌아와야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막상 처음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는 별 생각이 없다가, 하루 이틀이 지날 수록 속상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라는 사람을 무엇으로 증명할지,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할지 다소 불안하고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이틀을 꼬박 뒤척이며 지냈던 것 같다.

'나 정말 어쩌지?'


귀국 결정을 한 날, 샌 디에고서에서 새벽 2시까지 잠에 들지 못하였다. 때마침 한국에 있던 친한 형에게 연락을 하고 평소 잘 하지 않던 넉두리를 하였다. 형은 나보다 나이도 꽤 많지만, 아직도 나와 같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초년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형에게 철없는 동생의 넉두리를 한 것을 조금은 후회도 됐다. 그렇지만 그 형은 내게 한 마디 말을 남겨주었다.

'주영아,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야. 힘들 때 일수록, 영웅이 된다고 생각해봐.'

아마 삼국지에 나오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이 말 한디가 사람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무심코 이제껏 내가 겪어본 실패들을 하나 둘 나열해보기 시작했다. 가볍게는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던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도 굉장한 감정 노동이라 그만 둔 적도 있고, 모처럼 공들여 제출한 프로젝트가 보기 좋게 탈락하기도 했다. 어떤 실패는 조금 큰 타격을 주기도 했는데, 장학 기관과 인턴 회사 최종 면접에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떨어졌고, 내심 기대하던 대학원은 보기 좋게 낙방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정말 한 동안 힘들었다. 나만 힘들면 그만이지만, 나를 늘 믿고 기도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러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생각은 크든 작든 실패를 많이 한 만큼 도전도 어쩌면 많이 했구나였다. 낙담은 했지만 어떻게든 다른 것을 할려고 노력했다. 두번 째는 실패 한 것도 나름 자극제가 되었구나 였다. 영어를 못해 떨어진 인터뷰의 기억은 지금은 나름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있을만큼 되었고, 장학 면접에 떨어진 것도 과외를 구해 너무나 소중한 학생을 만나 또 다른 인생의 경험을 갖게 해준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한 가지 생각은 생각보다 이제보니 별 것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상처가 아문 탓도 있지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도 이제 보니 스쳐지나가는 순과에 불과했다.


실패가 잦은 나 이지만, 어쩌면 이러한 숱한 경험이 삶을 좀 더 풍족하게 해주지 않는가 싶다. 음식을 만들때도 단맛만 넣으면 쉽게 질리듯이, 때로는 짭잘한 맛이, 때로는 쓴 맛이 그 풍미를 더해 준다. 하물며 사람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나에게는 쉽게 사는 삶보다는, 저마다의 풍미가 있는 삶이 더욱 매력적이다. 물론 실패는 가급적 하고 싶지 않지만, 주어진 실패라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역시도 훗 날 돌이켜보면, 삶을 곁곁이 새겨 놓은 흔적으로 남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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