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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Sep 24. 2020

#2017. 09.29. 새로운 만남, 그리고 출발

새로운 만남과 순탄치 않았던 출발.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 또는 '정주호'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형 거기 칠 해도 돼?”


     한 여름 낮에 친형과 빨간 페인트 붓과 통을 들고 그네 주변을 페인트 칠하고 있었다. 나는 기둥 아랫부분을 칠하고, 형은 기둥 윗부분을 열심히 칠하고 있었다. 붓을 통에 담고 다시 칠을 시작하려던 찰나에 무엇인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몸을 뒤척였다. 꿈이었다. 침대가 축축이 젖어있었다.  침대를 뒤로 한 채로 얼른 핸드폰 켰다. 그리고 꿈을 검색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길몽이었다. 설레는 기대감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깨니 10시가 되었다. 급하게 가방정리와 샤워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숙소 앞에 있는 짜이 가게로 향했다. 짜이 가게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가게 앞에는 수십 명의 인파들이 짜이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수십대의 차들과 오토바이가 가게 앞에 주차가 되어 있었다. 제일 안타까운 건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였다. 여기저기 사이를 헤쳐가며 돈을 걷고, 아슬아슬하게 짜이를 건네주기도 했다. 도무지 가게 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멀리서 가게를 지켜보고 있다. 저기 멀리서 직원이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뭐 마실래?”

“음.. 짜이?”

“알았어”


    가게 앞으로 다가가 돈을 건네고 기다렸다. 나도 이제 무리 중에 한 통속이었다. 짜이를 받고 한 모금 마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들과 언어는 다르지만, 입맛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짜이는 처음엔 달달하게 시작하고 끝 맛은 약간의 씁쓸하게 끝났다. 하지만 짜이의 달달한 맛과 향이 입 안에서 걷돌며 향이 내 몸안에서 펴져 나갔다. 내일 다시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즐거운 짜이의 시간을 보내고 숙소 로비에서 현주 씨의 카톡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주 씨가 예약한 택시를 타기 전에 휴지를 사러 나갔다. 다행히 상점은 바로 앞에 있었다. 휴지 가격은 43루피(약 680원)였다. 생각보다 비쌌다. 5분 떨어진 다른 상점으로 갔다. 이 상점은 더 비쌌다. 무려 50루피(약 790원)였다. 발걸음을 돌려 다른 상점으로 가려던 찰나에 현주 씨에게 전화가 왔다.


“주호 씨 어디예요? 저 지금 주호 씨 숙소 근처에 왔어요. 얼른 나오세요. 택시가 오래 못 기다려요”

“네? 지금요?,  아.. 네 일단 빨리 갈게요”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휴지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주머니에서 50불을 던져주고는 휴지를 들고뛰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휴지를 들고 뛰어다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중요한 휴지를 가방에 넣고, 15kg 가방을 뒤로 메었다. 그리고 큰 길가로 뛰어갔다.  또 현주 씨에게 전화가 왔다.


“주호 씨 지금 5분 지났어요, 택시 기사 아저씨 많이 화났어요, 어디예요? 빨리 경찰서 앞으로 오세요”

“네 지금 뛰어가고 있어요, 근데 경찰서가 어디예요?”

“네? 경찰서요? 어딘지 모르세요? 일단 구글에 한번 검색해보세요”

“아.. 어딘지.. 잘.. 아.. 일단 뛰어갈게요”


    전날에 검색을 하고 잤는데, 다른 경찰서를 찍었었다. 뛰어가다가 사람이 보이면 아무나 붙잡고 “Police station, Police station please”을 말했다. 사람들은 손가락만 가리켰다. 그때 현주 씨에게 또 전화가 왔다.


“주호 씨 오고 계세요?”

“네 근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제가 구글 지도 보내드릴게요, 빨리 오세요”


    택시가 떠나면 안 된다는 생각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 마음이 초조해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뛰던 도중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주호 씨! 여기요!!”

   

    다행히 현주 씨였다. 현주 씨가 택시 문을 열고 소리치고 있었다. 택시에 타자마자 택시 아저씨는 나를 힐끔 보더니 바로 출발했다. 택시는 경찰서 바로 앞에 있었다. 택시에 타자마자 죄송하단 말부터 했다. 도저히 휴지 가격 때문에 늦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착한 현주 씨는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다. 20분 정도를 달려 함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은 지하에 있었고, 작은 공간에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 직원에게 버스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멤버 익인이 형이 웃으면서 들어왔다. 나이는 나보다 많았고 인도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있는 형이었다. 인상은 동네형처럼 푸근하고 편안했다. 익인이 형의 자기소개가 끝나갈 무렵, 빨간 아스날 축구복을 입고 크록스 슬리퍼를 신은 남자가 출입구로 들어왔다. 함피 여행의 마지막 멤버 영화였다. 영화는 나보다 2살 어렸고, 막 방금 태국여행을 끝내고 인도에 바로 도착했다. 영화는 세계여행 중이었다. 안경을 쓰고 듬직하고 몸이 다부져 보였다. 드디어 2박 3일 동안 함피에서 같이 보낼 여행자들이 다 모였다. 멤버가 다 모이자 익일이 형이 갑자기 가방에서 뭘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한국식 김밥이었다. 회사 근처에서 한 줄에 만원 정도 하는 김밥을 우리를 위해 4줄이나 사 왔다. 앞으로 여행이 더 기대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버스에 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전쟁이 시작됐다. 사람들이 앞다퉈 내가 먼저 타겠다고 밀고 당기고 짐을 던지고 난리가 났다. 여기는 인도였다. 뒷사람이 우리를 밀기 시작했다. 양심상 앞사람을 밀진 않고 버티면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다. 무사히 버스에 탔다. 좌석에 내 번호를 찾고 커튼을 걷었다. 공간을 보고 놀랐다. 양반다리로 앉을 수 없는 높이와, 다리를 쭉 뻗으면 발끝이 벽에 닿았다. 이대로 약 7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했다. 버스에 눕자 이로서 버스와 내 몸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잠에 들었다.


    버스가 점프를 하더니 내 몸도 같이 뛰면서 잠에서 깼다. 창문을 보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옆에서 하나둘씩 짐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때 마침, 버스 직원이 피곤한 얼굴을 한 채로 목에 핏대를 새우며 인도말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가방을 메고 버스 문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 직원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면서 물어봤다.


“우리 여기서 내리는 거 맞지?”

“아니야 여기가 마지막 역이야”

“뭐??? 아니라고?? 티켓에서 봤을 땐 여기가 아닌데?”

“여기가 마지막 역이야, 여기서 내려야 돼”


나는 바로 소리쳤다. “우리 여기서 내려야 돼요!!”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있던 우리는 급하게 짐을 챙기고 내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려야 할 장소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에 내려졌다. 9시 10분이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깜깜한데 비도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구글 지도를 켰다. 확실히 전 정류장에서 내렸다. 다음 버스 시간은 10시였다. 50분이 남아있었다. 버스를 놓친다면 1100루피 (22000원) 정도를 손해보고 벵갈루루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다. 지체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현주 누나는 우버를 켜고 택시를 불렀고, 나는 뛰어다니면서 툭툭를 불렀다. 그리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 우리 여기까지 인데 얼마야?”

“500루피”

“너무 비싼 거 같은데.. 오케이, 땡큐”


    옆에 있는 툭툭 기사에게 다다가 물었다.

    

“여기까지 얼마야?”

“300루피”

“오케이”


    그리고 소리 질렀다. “여기 300루피예요. 빨리 오세요!”



    툭툭은 티코 자동차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 정도였다. 영화는 툭툭 기사 옆자리에 탔고, 뒤에는 나머지 세명이 나란히 앉았다.  툭툭 기사는 뒤를 두리번거리더니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네 명 안돼, 세명만 탈 수 있어”

“알겠어, 미안해 근데 우리 지금 긴급상황이야.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가운데 여자를 가방으로 가려줘”


    다소 왜소한 현주 누나를 가운데에 앉히고 가방으로 현주 누나를 가렸다. 툭툭 기사는 한번 뒤를 쳐다보고 출발했다. 시간을 보니 9시 25분이었다.


    툭툭 기사는 옆에 달린 사이드 거울로 경찰이 있는지 체크했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칠 때면 나는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영화는 옆에서 구글을 켜고 툭툭 기사에게 가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나는 불안한 마음에 구글 지도를 켜고 한 번씩 보고 있었다.  잘 가고 있다가 갑자기 툭툭 기사가 핸들을 꺾었다. 지도와 다른 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난 소리 질렀다.


“으악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 여기 아니야!!”


영화가 말했다


 “어라, 구글에는 이렇게 나오는데.. 한번 더 확인해볼게요”


    방향도 이상하게 가는데 엎친데 겹친 격으로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시계를 9시 45분이었다.  가려면 1.5km를 더 달려야 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툭툭 기사님 조금만 더 엑셀을 당겨주세요, 버스를 놓친 수 없어요'라는 말만 수백 번 되새겼다.


    9시 50분이었다. 1초에 한 번씩 시간을 체크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다행히도 툭툭 기사가 옆길로 빠져서 무사히 잘 도착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9시 55분이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툭툭이 떠나고 주변을 둘러봤다. 닫혀있는 상점들과 큰 나무 한그루가 다 였다. 구글을 다시 열었다. 분명히 주소는 여기가 맞았다. 망연자실 한순간이었다. 두리번거리며 보니 건너편 호텔에 사람들이 옹지 종기 모여있었다. 뛰어갔다. 그리고 백인 커플에게 함피 버스냐고 물어봤다. 고개를 흔들며 맞다고 했다. 마음이 놓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 버스는 예정 도착시간보다 30분 후에 도착했다. 익일 이형은 다른 버스를 탔고, 우리 셋은 같은 버스를 탔다. 영화와 나는 같이 한 공간을 쓰는 더블룸으로 예약을 했다. 버스는 출발했고 좁디좁은 한 공간에서 영화와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잤다. 결과는 좋게 끝났지만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 과정을 액땜 삼에 더 욱어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도했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 인스타그램에 인도 사진, 기록들 많이 있습니다.

* 툭툭 기사와 같이 가는 영화


* 인도에 있는 슬리핑 버스. 왼쪽에는 더블룸, 오른쪽에는 싱글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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