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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Jun 26. 2019

#2017.09.28.마지막 첸나이와 새로운 인연,인도

첸나이의 마지막 날.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만남.

# 인이: 인도 이야기의 줄임말.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이' 또는 '정주호'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비상사태다!


     아침 6시인데 아직도 쿠바랜 이랑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오늘 쿠바랜 가족들이랑 아침 6시에 만나서 같이 사원에 가기로 했다. 늦지 않기 위해서 5시 30분에 일어나서 일찍 준비를 했지만, 핸드폰이 망가졌는지 쿠바랜에게 전화 신호가 가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호텔 로비에 갔다. 다행히 호텔 로비에는 직원 한 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번호를 보여주면서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탁을 하니 직원 얼굴에는 ‘귀찮음’ 이 적혀있었다. 직원에게는 미안했지만 쿠바랜과의 약속이 더 중요했다. 직원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방에 돌아와 Whatup 어플을 켜고 쿠바랜에게 문자와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걱정은 걱정 따로, 잠은 잠 따로 인가보다. 침대에 누우니까 잠이 또 들었다. 눈을 뜨니 오후 12시였다. 세수만 간단히 하고 바로 쿠바랜 사무실로 향했다. 쿠바랜은 어김없이 큰 등치에 안 어울리는 조금 한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손을 모으며 “나 마시테” 하면서 들어갔다. 쿠바랜은 사원에 다녀왔는지 이마에 빨간 점이 찍혀있었다. 쿠바랜도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난 말했다.

“오늘 아침에 미안해, 분명 전화를 여러 번 했는데 전화가 안됐어”

“괜찮아~ 나도 조금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나갔어”

“근데 핸드폰 유심칩이 있는데 전화가 안 되는 게 이상해”

“핸드폰 좀 줘볼래?”

핸드폰을 건네주고 칩을 확인하더니 쿠바랜이 말했다.

“이거 전화가 안 되는 유심칩인 거 같은데?”

전화가 안 되는 칩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으니 될 리가 없었다.

쿠바랜이 말했다.

“우리 내일도 사원 갈건대 같이 갈래?”

가서 경험은 하고 싶었지만, 한 번의 실수로 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거절을 하고 나서 Elliot`s Beach에 가기 위해서 큰길로 나가 우버를 불렀다. 우버 택시 번호와 위치가 나왔다. 우버를 찾기 위해서 큰길을 보는데 느낀 점이 있다. 인도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다니고, 심지어는 경적을 1초에 1번씩 울렸다. 또 하나의 느낀 점은, 만약에 인도 운전기사들이 한국에 와서 배달을 한다면 대기업 연봉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버가 내 바로 앞에 도착했다. 


     30분 걸려서 Elliot`s Beach에 도착했다. 날씨는 조금 흐릿했고, 바다 냄새가 진동을 했다. 주변에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닷가에는 축구하는 사람들과 높은 파도와 함께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슬리퍼를 벗고 모래사장 안에 들어갔다.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조금 규모가 큰 노점상들이 아예 모래사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노점상들은 아직 이른 지 장사를 하진 않았다. 주변을 두 리번 거리면서 노점상 안을 구경하고 있는데 깜짝 놀라서 넘어질 뻔했다. 젊은 남녀가 노점상 밑에 구석진 자리에서 애정행각을 하고 있었다. 놀란 마음에 “Sorry”를 하고 자리를 떴다. 다른 노점상을 보니 어김없이 또 애정행각을 하고 있다. 늦은 저녁도 아닌 오후 1시쯤이었다. 커플들을 보면서 조금은 이해가 갔다. 성인이 안됐기 때문에 돈도 없을 것이고, 호텔에 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보수적인 부모님을 만났다면 당연히 배우자는 부모님이 정할 것이다. 


     애정행각을 지나 파도에 가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앞에는 가족들이, 오른쪽에는 커플들이, 그리고 왼쪽에는 친구들끼리 밀 썰물에 맞추어 놀고 있었다. 바로 오른쪽에는 떠돌이 강아지가 배를 까놓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앞에 있는 가족들을 보니 가족들이 생각나면서 어릴 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10살 때쯤 아버지가 가족들을 다 데리고 늦은 저녁에 운전을 해서 서울 수유리부터 부산까지 내려간 기억이 있다. 새벽 1시쯤 고속도로로 진입할 때쯤 (고속도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족들은 다 잠에 들었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 혼자 운전하는 게 위험할까 봐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도착하기 전까지 뒷좌석에 앉아 눈을 치켜뜨며 밤을 새웠다. 부산에 도착한 후 인도 가족들처럼 바닷가에 발도 담그고 뛰어놀았던 기억이 났다. 나무 그늘 밑에는 텐트를 치고 낮잠을 자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밤을 새 가며 운전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니고, 일을 하는 아버지 에게는 '휴가 때는 여행을 가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게 더 편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가족들과 여행을 간지 오래되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가족 멤버들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변명만 늘어놓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조금 한 기억들이 커서는 하나하나 소중하게 내 가슴에 중요한 자리로 잡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파도가 쭉 밀려 들어오더니 내가 앉아 있는 곳까지 들어왔다. 순식간에 카메라 가방과 핸드폰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렸다. 엉덩이는 이미 포기했었다. 파도가 빠진 자리에 젖은 엉덩이와 티셔츠만 남아있었다. 다행히 카메라와 핸드폰을 살릴 수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웃겼는지 나를 보더니 신나게 웃었다. 


     바다에 있는지 2시간 정도 지나자 현주 씨한테 카톡이 왔다. 

‘지금 일끝 났어요! 약속 장소로 지금 출발할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오늘 드디어 함피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사기로 했다. 엉덩이는 조금 젖었지만 큰길로 나가서 우버를 탔다. 그리고 약속 장소인  ‘아키아 카페’로 향했다. 건물은 2층 건물이었는데 엄청나게 고급져 보였다. 이상태로 들어가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걸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는 슬리퍼, 젖었다 마른 바지, 헐렁하고 빈티지스러운 티셔츠, 그리고 머리는 산발로 안 좋게 말하면, 조금 시간이 지나면 길거리에서 자도 될 만했다. 건물 안 1층에는 남자 옷들과 골동품들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괜찮은 티셔츠가 있어서 가격표를 보니 4만 원이 넘었다. 인도의 한 달 월급 10~20만 원이라고 치면 엄청난 가격이었다. 바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 안에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았다. 음료를 하나 시키고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누가 내 앞에 앉았다. 현주 씨였다. 멀리서 봐도 여행객 인 게 딱 티가 났나 보다.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물었고, 저녁을 먹지 못한 현주 씨는 음식을 시켰다. 현주 씨는 첸나이에서 한국계 회사에서 일을 했고, 인도에는 약 1년 넘게 거주를 하고 있었다. 현주 씨와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피로 갈 버스 티켓을 알아봤다. 다행히 버스에는 좌석이 많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버스 티켓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함피를 같이 가기로 한 다른 멤버 영화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여권의 이름과 버스 티켓의 이름이 동일해야 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충 적었다. (아마 지금 영화가 글을 본다면 영화에게는 비하인드 스토리 일 것이다. 다행히 차후에는 문제가 없었다.) 


     버스 티켓 날짜와 자리까지 잡아놓고 결제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현주 씨가 말을 했다. 

“우리 아무리 같은 한국인이고 같이 여행가지만 서로 믿어야 할 거 같아요. 정말 함피 가실 거죠?”

“네네 저는 꼭 갈 거예요, 가고 싶어요!”

“이런 말 드리긴 조금 그렇지만, 정보를 교환해요"

“네 어떤 정보요?”

“운전 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 있으세요? 둘 중에 하나 주시는 게 어떨까요?”

“아저 진짜 갈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근데 불안하시다면 드릴게요”

지갑에서 운전면허증을 꺼냈다. 진심반 농담 반인 줄 알았지만, 진심이었다. 현주 씨는 내 운전면허증을 가져갔다.

나는 말했다.

“근데.. 그거 당일날 오면 꼭 주셔야 돼요”

“네 걱정 마세요”


     티켓을 사고 난 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교환했다. 티켓을 사고 대략적인 여행 계획을 짜고 나서 각자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확인을 했다. 정보들을 보니 걱정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운전면허를 받으러 내일 만나야 했다. 인도 여행을 할 때 혼자 다니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사람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 자기 전에 싸우지 않고 잘 다녀오게 해 달라며 기도를 하고 잠에 들었다. 


 From. Toronto

Instagram : Jooho92

- 인스타그램에 인도 사진, 기록들 많이 있습니다.


낮잠을 자고 있는 강아지
노점상 밑에 있는 커플은 비밀
보기 좋은 가족들
좋은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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