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가득한 하루. 그러나 서로 응원하는 마음은 내 심장 안에,,,
# 인도 이야기: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 '인도 이야기' 또는 '정주호'를 검색하면 글이 나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타고 온 툭툭이 사라졌어요!!"
숙소 앞에서 툭툭 기사를 고용했다. 1500루피 (약 23,000원)에 함피 전체를 돌기로 했다. 첫 번째 템플인 Underground Siva Temple로 향했다. Underground Siva템플은 약 14세기에 지어졌다. 그리고 1980년대에 발견된 역사적인 템플이었다. 템플의 입구는 평지가 아닌 지하 2층 깊이였다. 깊은 지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너무 좋았다. 심지어는 템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 하나하나가 힘의 균형을 위해 잘 깎여 있는 게 보였다. 튼튼하게 지어진 템플 아래에는 사람들의 시원한 휴식처 임이 틀림없었다.
템플을 다 둘러보고,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툭툭로 향했다. 툭툭 기사들이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줄지어 있는 툭툭를 훑어봤다. 우리를 태웠던 툭툭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툭툭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탔던 툭툭은 없었다. 당황한 마음에 일행들을 쳐다봤다. 눈이 커진 일행들은 고개를 땅에 떨구고 머리를 저었다. 호스 펫에 도착한 이후에 낯선 곳에 또 떨어졌다.
툭툭를 타고 하루 반나절 동안 함피를 도는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지금 상황에 툭툭이 떠났다면, 걸어서 30분 동안 숙소에 가야 됐다. 심지어 햇빛은 강렬했다. 아스팔트 위에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었다. 등은 땀으로 젖었고, 코 에는 땀이 송골송골 올라왔다. 하필 신발은 얇은 슬리퍼를 신고 와서 맨발로 걷는 거와 마찬가지였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었다. 멀리서 한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말 걸었다.
“아까부터 봤는데 너희가 타고 온 툭툭 기사 다른 손님 태우고 떠났어”
내가 말했다.
“그럴 리가, 우리랑 함피 전체를 돌기로 했는데”
“알아 알아, 근데 너희 얼마 냈어?”
“1500루피 정도 냈지”
금액을 듣고, 툭툭 기사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만약에 2000불 내면 , 내 손님 놔두고 너희랑 갈게”
“에라이,,,”
우리가 타고 온 툭툭 기사도 문제가 있을 테지만, 지금 말하는 툭툭 기사도 문제가 많아 보였다. 내가 말했다.
“형님 누나들.. 그냥 걸어가시죠”
터덜터덜 왔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우리의 마음을 몰라주는 원숭이 들은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를 조롱하듯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길 건너엔 무심한 듯 조랑말 두 마리가 풀을 뜯으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양쪽에는 야자수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갑자기 멀리서 차들 수십대가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양 떼 30마리 정도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신기한 마음에 뛰어갔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양치기 아주머니 두 분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손으로 하늘과 땅 중간지점을 가리키더니 양 떼들을 몰고 가셨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에도 양 떼들을 몰고 웃으면서 여유를 갖는 모습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처음에 보았던 사인이 ‘ Don`t worry, Be Hampi’를 잊고 있었다.
오늘은 4명 중에 일행 2명이 떠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소주와 맥주 대신 환타와 콜라를 시키고 둘러앉았다. 잠깐의 침묵이 있고 난 후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기 전부터 지금 까지 일을 다시 훑어보았다. 처음엔 의심으로 시작해 지금은 의리로 뭉친 우리였다. 짧지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렬했던 2박 3일. 취업에 궁금해하는 나와 영화를 위해 조언과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저녁 9시가 넘어 툭툭이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익이 형과 현주 누나는 가방을 트렁크에 싦 었다. 잘 있으라는 인사와 깊은 포옹이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었다. 참으로 좋은 형 누나, 그리고 여행 동반자였다. 만약에 혼자 여행을 했다면 함피에 대한 기억이 지금 느낀 기억보다 더 좋을까 라는 의심을 했다. 떠나보내는 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함피에 남겨진 건 영화 씨와 나 둘 뿐이었다.
From. To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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