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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호 Jan 12. 2023

#2017.10.2. 인도 여행, 죽마고우가 되는 과정

같이 있었던 일행 2명이 떠나고, 영화씨와 단둘이 남게 되는데..

 “주호형 일어나셨나요?”


    부지런한 영화씨가 아침에 말을 걸었다. 시계를 보니 6시 10분이었다. 이미 해는 하늘 위에 떴다. 내가 말했다.


“영화씨, 내일 일출 볼까요? 일단 지금은 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니 아침 9시였다. 영화씨 가방을 보니 밀린 빨래가 많아 보였다. 다행히 나도 빨래를 하던 참이었다. 주인에게 큰 바구니 2개를 빌렸다. 내가 비눗물을 낸 바구니에 빨래를 넣고 밟으면, 영화씨는 옆에서 내가 끝낸 빨래를 가져와 헹궜다. 누구의 팬티, 양말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 빨았다. 모든 빨래를 옥상에 가져가 널었다. 하지만 예상 친 못한 일이 발생했다. 다 널고 나니, 빨랫물이 건물 아래로 미친 듯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옥상에 하수구가 없었다. 주인이 그걸 보더니 한마디 했다.


“오늘 비 오는데 빨래를 했어?”


     서로 마주 보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일행들이랑 같이 있을 때 영화씨랑 살짝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단둘이 남아 버렸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친다면 최강의 콤비가 될 듯싶었다. 하지만 빨래 일을 계기로 영화씨랑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 아무 일 없길 간절히 바랐다.


     빨래를 끝내고 마팅가힐로 향했다. 마팅가힐은 일반 산과 다르게 경사가 많이 가파르고, 바위가 많다. 발을 한번 잘못 디딤은 면 바닥까지 떨어지는 낙사 위험도 있다. 심지어 비 오는 날이면 바위가 마를 때까지 움직일 생각도 하면 안 되는 곳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정상에 갔다가 빨리 내려올 생각을 했다. 세 번 정상에 갔다 오니 자신감이 생겨 슬리퍼를 신고 등산을 했다.


     역시나 등산을 할 때는 슬리퍼를 신으면 안 된다. 산 중간에서 후회를 했다. 슬리퍼가 엄지발가락에만 고정이 돼있으니 엄청 아프고 미끄러웠다. 심지어는 걸을 때에는 자갈들이 슬리퍼 안으로 들어와 걷기가 힘들었다. 겨우겨우 정상에 올라가자마자 쓰러졌다.


     인도 아이가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옆에 다가오더니 옆에 앉았다. 아이는 15살 정도 보였고 마른 몸매에 산을 잘 타게 생겼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야?”


     여행을 하냐는 말 한마디로 시작을 해서 서로에 대해 터놓기 시작했다. 꼬마 아이는 현지에 사는 17살이었고, 전문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나중엔 경찰이 돼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긴 대화를 함으로써 서로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친밀감이 생겼다.


     꼬마아이는 혹시 마팅가 힐에 템플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벌써 세 번이나 오른 우리지만 템플을 보지 못했다. 꼬마아이는 자신만 아는 템플을 보여주겠다며, 손짓을 해 따라오라고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궁금한 마음에 따라갔다. 정상 뒤편으로 걸어가자 돌을 깎아 만든 입구가 보였다. 입구 안쪽은 너무 깜깜해서 앞을 걸을 수가 없었다. 플래시를 켜서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금색으로 된 사바신 동상이  있었다. 사바신 옆에는 촛불들과 꽃들이 놓여 있었다. 촛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핸드폰 플래시를 끄지 않았다.


     꼬마 아이는 익숙한 듯이 향을 피워 우리에게 줬다. 꼬마아이가 시키는 대로 영화씨랑 난 향초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사바신 동상 앞에다가 꽂았다. 꼬마 아이는 사바신 앞에 있는 물을 마시고 우리 머리 위에 뿌렸다. 그리고 빨간색 분으로 우리 이마에 찍고, 나팔꽃을 주었다. 빨간색 분이 우리를 24시간 동안 지켜준다고 했다. 여행자인 우리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다니 너무 고마웠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나가려던 찰나에 꼬마아이는 말을 했다.


“혹시 얼마 있어, 돈 내야지.”


     인도판 ‘도를 믿으십니까?”였다. 역시 돈이 빠지면 서운했다. 여행을 하면서 다가오는 친절을 의심을 해야 됐다. 착한 영화씨가 지갑에서 20루피를 꺼냈다. 돈을 건려는 영화씨를 손을 막았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 있던 5루피 1장을 영화씨에게 건넸다. 각각 5루피씩 건네고 나가려던 참에, 꼬마 아이는 나이 못지않게 언성을 높여 말했다.


“100루피 이상 내”

내가 말했다.

“미안해 이거밖에 없어. 더 이상 줄 수 없어”


     아이가 처음에 다가왔을 때 진심으로 대했다. 하지만 돈을 내라는 언성에 우리가 처음부터 진심으로 대했던 마음들이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각각 5루피를 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숙소로 내려갔다.


     점심 먹고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았다. 빨래를 걷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침대에 누워있는 영화씨가 말을 걸었다.


“오늘 아침 일출을 못 본걸 만회하고 싶네요.. 다시 마팅가힐에서 일몰을 보러 가요”

“그.. 그러시죠”


     영화씨 표정은 진심이었다. 안 가면 우리 콤비에 문제가 생길 듯싶었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비가 온다고 가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영화씨의 진심 어린 표정이 아른 거렸다. 아침에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갈 생각에 후회가 밀려왔다. 천천히 산을 올라가니 일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30분 걸려서 또 정상에 왔다. 비가 올건지 하늘에 구름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뒤로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모든 구름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영화씨와 나는 이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늘도 저녁도 어김없이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5시에 알람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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