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빨은 딱 일주일이었다.
책방 오픈 2주 차부터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하긴, 책이라는 게 그렇겠지. 한 달에 1~2권 읽기 어려운데 지난주에 다녀간 사람이 이번주에 또 오지는 않을 테니.
기다림의 시간이 오니 당장 불안함이 찾아왔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국제회의기획 일을 오래 해왔고, 그 일은 마치 100m 전력질주와 같았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전속력으로 달려 준비하다가 대회가 끝나면 함께 준비하던 다른 행사의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어 숨 고를 새 없이 다시 전력질주를 해야 했다. 쉬지 못하고 일 년 내내 전력질주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숨 고르지 못하고 경주마처럼 계속 앞만 보고 달렸던 일을 오래 반복해 왔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조금의 여유 시간 없이 계속 집중하여 일하다 보면 퇴근할 때는 몸이 흐물흐물 땅으로 꺼질 거처럼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퇴근하곤 했다.
여유는 느껴볼 새 없이 일하던 루틴이 10년이 넘다 보니 그런 흐름에 몸과 마음이 지배당했나 보다.
책방을 열고 2주 차에 여유시간이 찾아오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익숙지 않았다.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 ‘빨리 바쁘게 움직여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에 여유가 있어도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내가 있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시간에 계속 뭔가 할 일을 만들어 분주히 움직였다.
공주 원도심의 분위기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 이곳에 가게를 마련해 놓고 정작 그 분위기를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다니.
여유를 즐기는 것도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거였다.
여유를 즐기는 연습을 해볼 요량으로
책방 오픈 전 공산성에 들러 잠깐 걷기도 하고,
손님이 없을 때 제민천에 나가 햇빛도 쐬고,
다른 가게 탐방도 다니며 일주일을 보냈다.
억지로라도 여유를 느끼려고 하지만 금세 불안해지는 마음이 습관처럼 찾아온다.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라는 책을 다시 읽어봐야하나...
벌써 손님 없다고 걱정하는 건 기우일까?
지금은 이 여유를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과 함께,
꿈도 현실이야.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 어렵게 펼친 꿈이 금세 사그라지지 않으려면 이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해!
라는 생각이 공존하는 2주 차였다.
창업의 정석이라면 오픈 전에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했겠지만 나 같이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책방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모임 회비를 내고 참여할 만큼 내가 퀄리티 있는 모임을 운영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과연 올까.
그런 생각들… 생각이 많은 내가 읽으려고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책을 입고해 놨는데 이것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불안이 찾아올 때 방명록을 읽어본다.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잘 쉬었다 갑니다.
작가가 꿈이라는 초등학생의 글씨.
춥고 외롭게 느껴지던 하루에 힐링이 되었어요.
오래오래 남을 여행이 될 거 같아요.
그런 글들을 읽을 때 이 공간을 오래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샘솟는다.
조만간 모임도 시작해야지!
2주 차를 보내면서 생긴 또 하나의 고민은 촬영에 대한 것이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촬영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종종 과하게 촬영하는 분들이 계신다.
심지어 동영상도 찍으신다.
어디까지 촬영을 제재해야 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평소에 사진을 잘 찍지도 않고 사진 찍히는 것도 무척 어색해하는 나라서 찍는 사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책은 사지 않고 사진만 찍어 가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건 이 책들을 선별하기 위해 애쓴 나의 노력과 동네 책방을 찾은 그 마음이 희석되는 행위이고, 책을 읽지 않고 내용만 촬영하는 건 작가의 창작물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 끝에 ‘과한 촬영은 삼가주세요’를 추가해서 책방사용설명서를 수정했다.
방문했다고 책을 반드시 사라는 건 아니다. 지나가다 공간이 예뻐 그냥 한번 들어와 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이곳의 책이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모든 책을 다 읽어 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저 너무 과한 촬영은 삼가해 주었으면 한다. 찰칵찰칵 소리가 책을 읽고 있건 편히 쉬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