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열고 매일 기록하려고 했는데, 매일 쓰지 않을 핑계만 찾고 있다.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몇 년간 부단히도 애썼는데 아직도 쓰는 게 이토록 어렵다니.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책방을 열었다.
처음 이 공간을 만나고 책방을 열기까지 이 공간도 나와 함께 많이 변했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간을 가꿨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한다.
외관은 초록색의 유리 틀을 흰색으로 칠하고,
간판도 다시 달았고,
책방 공간은 서까래에 새로 니스칠을 했고, (이 부분을 무광으로 처리했으면 서까래의 멋이 더 살았을 거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그런 방법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
천장의 황토가 조금씩 떨어지는데 그건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시멘트로 바르기는 싫고 지금의 황토 느낌이 좋은데 어떻게 하면 흙이 안 떨어질지 더 떨어질 때까지 이 부분은 우선 보류.
벽 전체 페인트칠을 하고 책장과 테이블을 합판으로 제작했다.
카페 공간은 화장실 다음으로 가장 고민이 많았던 곳이었는데 나름 아늑해졌다.
처음에 공간을 봤을 때는 넓어 보였는데 인테리어를 시작하고 동선이 안 나와 배치에 많은 고심을 했던 공간이다.
원래 카페 공간에서 사용하려고 제작한 테이블은 책방 공간으로 옮겼고, 카페 공간에는 크기가 작은 기성 테이블을 들여놨다.
작은 방 공간은 편하게 책을 읽다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꾸몄는데 의외로 많이들 안 들어가신다.
신발을 벗어야 해서 부담감이 있는 걸까...
방바닥은 따뜻하게 불도 들어오는 공간이니,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에 앉아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그렇게 머물다 가셨으면 한다.
영업 첫날, 어느 장소에 항상 손님으로만 가다가 내가 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이한다 생각하니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첫날 과연 누가 올까... 아마도 혼자 있을 거라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인스타도 처음 시작해 어설프게 게시물 몇 개 올린 거밖에 없어서 홍보가 됐을 리 없을 테니.
그런데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모든 업종이든 ‘오픈빨이라는 게 있구나’를 느낀 첫 주였다.
인스타를 보고 있다가 가오픈 소식에 와주신 분들,
오며 가며 공사하는 모습 봤다며 들려주신 분,
일부러 응원하러 와주신 동네 분들,
시간 내서 와준 친구까지,
첫날은 손님이 오는 게 신기해 그저 얼떨떨하게 보냈다.
오픈 둘째 날에 오신 첫 손님은 서울에서 오신 오픈 5개월 차 빙수가게 사장님이셨는데,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쉬고 공주로 여행 오셨다고 한다.
어떻게 5개월을 쉬지 않고 일하셨는지 대단하시다!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이 충전의 시간이 되셨길 바란다.
근처에 중학교가 있는데 두 명의 여중생들이 찾아줬다. 두 친구 중에 한 명이 한강 작가님 책을 사갔고, 다른 한 명은 집에 갔다 다시 와서 책을 사갔다. 이 친구들은 다음에도 한 번 더 책방을 찾아 주었다. 너무나 귀여운 친구들인데, 이 친구들이 계속해서 오게 하기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첫 주는 오픈빨의 위력으로 이곳에 책방이 생긴 것에 호기심에 찾아와 준 분들도 많았던 거 같다.
첫 주 동안 책방을 찾아준 분들 중 가장 고마웠던 분들은 원도심에 있는 다른 책방 사장님들이었다.
본인들도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굳이 내 책방에 와서 책을 사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마음에 진짜 너무 감사했고, 내가 찾아가서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먼저 찾아와 주신 그 마음이 너무 따뜻했다.
공주 원도심에는 9개 정도의 책방이 있는데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마치 동네가 하나의 책방처럼 종류가 다른 서가로 이루어진 느낌이다. 이 책방에는 이런 종류의 도서가, 다른 책방에는 또 다른 종류의 도서가 있어서 책방투어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가오픈 기간 동안 책방을 찾아와 책을 사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 음료를 한 잔씩 드렸는데, 커피를 내리는 것도 차를 우리는 것도 다 뚝딱뚝딱. 차가 다 우러나지도 않았는데 드리고, 커피를 내릴 때는 물 비율도 잘못해서 내리고.
카운터에 서면 동작 그만 상태가 되어 로딩이 걸렸다. 뭐부터 해야하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주차에 접어드니 많이 뚝딱거리지 않고 로딩 시간도 줄은걸 보니 뭐든 시간이 해결해 주나보다.
첫 주를 보내며 느낀 가장 큰 감정은 감사함과 신기함이었다.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함
따뜻하게 맞아 주신 동네 분들에 대한 감사함
독자로 애정하던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며 연락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신기함
만나는 사람이 너무나 달라진 것에 대한 신기함
책방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 신기해 자꾸 말을 걸게 된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어떤 일을 하며 사시는지 순수한 호기심.
직장을 다닐 때는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나 회사 사람들과 매번 같은 주제로 얘기를 했는데 책방을 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지금은 즐겁다. 나중이 되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리고 결제하는 순간,
어떤 책이 책방을 떠나는지 확인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이분에게는 이 책이 선택되었구나! 하는 마음
애정을 가지고 선별하여 입고한 책들인데 한 권 한 권 선택되어 이 책방을 떠나는 순간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다.
과연 이 책이 나갈까 생각하던 책이 어느 분의 손에 들려 계산대로 오면 그게 큰 기쁨이다.
누군가와 함께 책방을 떠난 책이 그 사람의 마음에 한점 점이라도 남기길 바라는 마음.
책도 사람처럼 누군가를 만나는 건 인연이 있다 생각한다.
나의 상황에 따라, 나의 가치관에 따라 만나는 책도 달라질 테니까.
책방을 찾아와 주는 모든 이들에게 책과의 인연을 맺게 하지는 못해도 (내 취향으로 선별한 책들이라 다른 분들에게는 흥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 보다 많은 분들에게 인연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책방 오픈 2주차를 보냈다.
지금은 오랜 시간 동안 꿈만 꾸던 일을 실현했다는 게 그저 신기하다.
손님이 없을 때, 손님이 있을 때, 공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 공간을 내가 만들었다는 게 그저 신기하다.
하루하루 책방을 운영하며 느낀 걸 기록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몰아서 쓰게 된 1주차 기록.
2주차 기록도 몰아서 써야겠구나.. 곧 매일 매일 기록하는 습관이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