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생각해야 할 시기

by 책방 잇다

그리 바쁘지 날들인데 하루 기록을 남기는 건 바쁨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냥 습관의 문제 혹은 단순한 나의 게으름이 원인일지도.


4주 차가 되는 이번주는 지금껏 가장 손님이 없는 나날인데 시간은 또 금방 갔다.


화요일,

어제 잘 쉬었으니 이번주도 다시 힘내보자.

으쌰으쌰 스스로에게 기운을 불어넣으며 가게 문을 열었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가 한 말로 익히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누가 한 말인지는 구글에서도 찾지 못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격언을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로 해석했다.

그래서 ‘비록 오늘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더라도, 화병에 새로운 꽃을 심자.’ 하며

길 건너 꽃집에 가서 메리골드라는 이름을 가진 꽃으로 화병의 꽃을 바꿨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니 그 행복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행복은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찾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주변에 행복이 많지만 우리가 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아침의 행복을 맛있게 내린 커피 한잔과 골목길 앞 석류나무의 단풍에서 찾았다.


행복 참 별거 없지 않나.


저녁에는 생각지 않은 손님이 책방에 오셨다.

스레드에서 알게 된 천안에 있는 책방 사장님이다. 언제 한번 놀러 오겠다 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사장님의 행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온라인 세상이 맺어준 이 만남이 너무 신기하다.

천안 책방 사장님은 운영한 지 일 년 조금 넘으셨고, 나는 이제 한 달이 되어가지만 책방 운영에 대해 느끼는 건 비슷했다.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한 달째인 책방 사장도 일 년째인 책방 사장도 책방 운영이 어려운 거는 똑같다.



수요일,

회사를 다닐 때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메일함을 확인하고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오전이 지나갔다. 매일 그날 해야 할 업무 리스트가 길게 늘어져 있어서 출근하면 기계처럼 업무를 해나갔다.

책방의 오전은 한가하다.

마음속에는 모임도 만들고, 기획도 하고 이리저리 바쁜데 지금은 막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 여유도 곧 마감해야지. 이제 정말 다음 달 매출 걱정을 해야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회사 다닐 때처럼 오전에 메일을 확인하고 회신했다.

대상은 클라이언트에서 직거래를 하는 독립출판물 작가님으로 변했다.


손님이 안 계실 때는 주로 창가 자리에 앉아있다.

혼자 그곳에 앉아 노트북도 하고 책도 읽는다. 바깥에서 보면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부러워 보일지 모르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입이 없는 불안에 대한 고민이 보일 거다.


그런 불안을 애써 감추며 오늘 읽을 책은 스토너이다.


3년 전에 샀는데 몇 번이나 읽으려고 했다가 매번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덮었었다.

다행히 오늘은 10페이지는 넘겼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조용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쉬지 않고 열정을 쫓아가는 스토너’

‘이 소설은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하는 우리의 인생을 과장하지 않고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실제 삶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질감을 재현해 낸다.’


책 소개의 이 문장을 보고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조용하고 소박함은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이라 책 소개글이 내 흥미를 끌었던 거 같다.

(이 삶의 방향에 기본 생활이 유지되는 수입을 추가해야겠다. 그동안은 계속 고정수익이 있어 실감 나지 않았는데 책방을 하니 너무 실감이 난다.)


오늘은 스토너의 책 속 한 문장에 기대 본다.


�책 속에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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