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에 책방을 찾은 여고생과 계산하면서 짧은 대화를 나눴고,
다음날에도 책방을 찾은 그 여고생은 한참을 머물다 갔다.
방명록에 남겨준 글을 읽어보니 나와의 짧은 대화에서 생각의 전환을 했다고 했다.
왜 공주에 책방을 열었냐는 질문에 이 동네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골목길을 품은 이 동네가 참 정겨웠다고, 그렇게 크게 의미 두지 않고 답했는데. 18년 동안 살았던 이 동네를 너무나 벗어나고 싶었던 그 학생은 내 대답에서 이곳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걸어 다닐 때 발견했던 자신만의 보물의 시간을 떠올린 거 같다.
아마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교를 입학해 이곳을 떠나는 거 같다. 나와의 짧았던 대화에서 너무 벗어나고 싶었던 곳을 다시 생각하게 된 그 학생의 마음이 더 대단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오늘 출근해 그 학생이 남긴 방명록 옆 페이지에 답글을 남겼다. 책방 이름의 의미를 궁금해해서 그에 대한 나의 답과 함께.
대학교를 가기 전 한번 더 들러 주었으면 좋겠다.
저는 사람도, 물건도, 공간도 다 각자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있는 책과 이곳을 찾는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다는 의미의 잇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연결의 의미의 잇다
제민천에 있는 여러 공간들과의 연결의 의미의 잇다
책방, 잇다는 그런 ‘이어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저도 어릴 때는 태어나고 자란 동네를 너무 떠나고 싶었어요.
도시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니 마음 편하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옛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들이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위안이 되기도 해요.
이 동네가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생각나고 찾아올 때 위안을 주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요.
같은 날 저녁 걱정이 많아 보이는 방금 다녀간 여고생보다 더 앳된 얼굴의 학생이 책방에 들어왔다.
방명록에 남기고 간 글을 읽어보니 걱정과 고민이 많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거 같다.
계속 피하던 문제를 직면해야 할 때가 온 거 같은데 그 이후의 상황을 고민하고 있던 학생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밝아진 모습으로 다시 책방을 찾아온다고 했으니 편안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구름의 그림자는 어디에나 내려앉아요, 가장 아름다운 것에도.”
구름 가득한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은 기어이 다시 향기로워질 테니까요”라는 말을 전하는 그림책을 소개해요.
그런 나날이 있습니다.
머리에 구름이 낀 것 같은 날들. 금세 개이면 좋겠는데 구름이 점점 내려와 안갯속을 걷는 거 같은 날들.
언제쯤 구름이 걷힐지 알 수 없어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
비가 내리면 젖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비가 온다고 애써 피하지 말고 바람이 불면 조금 흔들려 보세요.
그러다 보면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멈춘 후 더 선명함이 찾아올 거예요.